10·28선거의 관전 포인트

▲ 박광호
부국장·사회부장
아무리 정치가 불신받고, 국민들로부터 냉소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그래도 선거가 있다보면 관전 포인트가 생기고, 뒷얘깃거리도 쏠쏠하다.

이번 10·28 재보선 때 충북은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보궐선거를 치렀다. 후보자들의 피 말리는 선거운동과 지지세력간 갈등과 대립 속에 결과는 민주당 정범구 후보에게 금배지를 달아줬다.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4가지였다. 선거때만 되면 고질병으로 꼽히지만 좀체 치유되지 않는 내 지역 사람 뽑기, 이른바 소지역주의가 또 다시 그 망국적 병폐를 드러낼 것인지와 정국을 요동치게 했던 세종시 문제에 대한 지역민 반응, 그리고 집권여당의 공천 후유증이 어떻게 표출될지에 대한 관심이었다. 여기에 증평·괴산 통합에 대한 주민 반응이었다.

이들 네가지 포인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쟁점으로 부각됐고, 일부는 '혹시나'했더니 '역시나'식으로 여전히 선거판의 망령으로 살아났다.

소지역주의는 각 지역 출신 후보에게 쏠림 현상으로 여지없이 나타났다. 음성에서는 정범구 후보가 절반이 넘는 51.98%의 득표률을 기록했고, 괴산에서는 경대수 후보가 54.97%, 진천에서는 김경회 후보가 51.15%의 몰표를 받았다. 인물과 정책,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 등은 둘째고 "어차피 누군가에는 줄 표, 미우나 고우나 우리동네 사람에게 주자"는 식의 내 지역사람 챙기기 결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세종시 문제도 "이게 해결 안 되면 우리지역의 혁신도시 추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논리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유권자들에게 먹혔다. 여당의 공천 후유증 여파는 정당 내부사정인만큼 선거가 끝난 마당에 또 한 번 건드려 패자(당)를 속 쓰리게 만들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증평·괴산 통합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결과는 상당히 의미있는 메시지를 남겼고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됐다. 일단 증평군민들은 괴산이 띄운 '통합 풍선'을 탐탁치 않게 봤다. 난데없이 괴산군수에 의해 하루아침에 지역현안이 돼버린 통합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 시큰둥함은 "아쉬운 게 없는데 뭐하러 괴산과 합치느냐"는 볼멘 소리로 이어졌고, 급기야 처(妻)가 미우면 장모까지 꼴 보기싫다고 괴산 출신 후보와 그 주변사람(한나라당)모두가 미웠던지 표로써 보여졌다.

정범구 당선자가 자신의 텃밭이라고 하는 음성에서 51.98%의 득표율을 올렸지만 연고도 없는 증평에서는 이보다 높은 56.68%의 지지를 기록했다. 반면 적진(음성)에서 그래도 31.71%로 선전한 경대수 후보는 이보다 한참 낮은 21.18% 득표에 그쳤다. 통합에 반대하는 증평 유권자들이 캐스팅보트(결정권) 역할을 한 셈이 됐다.

이를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발효과, 이른바 '탄핵역풍'에 빗대 '통합역풍'으로까지 표현하고 있다. 물론 그 당시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건 아니지만 유권자들의 반발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지금 청주와 청원이 통합 여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빚고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서로의 목소리만 큰 상태다보니 정부가 2014년 행정구역 개편 추진을 앞두고 너무 앞만 보고 나가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꽂히는 판이다.

그런만큼 설사 통합이 정답(?)이라 하더라도 그게 왜 정답인지 인내심을 갖고 풀이과정을 소상히 설명해줘야 한다. 먹을 때가 됐다고 뜸도 들이지않은 밥솥을 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통합 추진 과정에서 곰곰히 새겨보아야 할 반면교사(反面敎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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