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의 변경
지식은 교육, 학습, 숙련 등을 통해 사람이 재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기술 등을 포괄하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한 사람뿐 아니라 집단의 사람이 재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기술도 지식이라고 부른다. 지식은 넓은 의미로는 어떤 사물에 관하여 명료한 의식을 지니는 것으로서 알고 있는 내용이나 알려진 사물을 뜻하기도 하며, 좁은 의미로는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 확실한 의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얼마 전 명왕성이 행성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행성에서 제외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행성은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하고, 충분한 질량과 중력을 가지고 球(구)의 형태를 유지하여야 하며, 해당 구역에서 가장 지배적인 천체여야 하는데, 명왕성은 그 세 번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2006년 명왕성은 행성에서 퇴출되었고, 소행성 134340이린 낯선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6.25전쟁에 대해 공부할 때, 미국,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유엔 열여섯 나라가 우리나라에 군대를 파견해서 북한군을 물리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배웠다. 또 내가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도 가르칠 때도 그렇게 가르쳤다. 정부에서도 한동안 10월 24일을 유엔의 날이라 하여 법정공휴일로 제정해 기념행사를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1991년 유엔총회에서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이 전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이 이제 어엿한 유엔 가입국가가 된 것이다. 그러니 유엔의 업적과 활동에 대해 교단에서 가르칠 때 기준이 혼란해 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왼쪽 길, 차나 짐은 오른 길, 이 쪽 저쪽 잘보고 길을 건너갑시다."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가장 먼저 배웠던 노래 중의 하나다. 아침저녁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통행 원칙이 좌측통행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사람들도 오른쪽을 이용해야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공항, 철도역,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 교통시설과 공공기관에 한해 우측보행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 7월부터 우측보행을 전면 시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관계부처의 발표에 의하면 우측통행으로 전환되면 보행자가 차량과 마주 보며 걸을 수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지금껏 학생들에게 좌측통행을 해야 한다고 가르쳐온 선생님들은 내년부터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고 가르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대와 정보의 급격한 변화와 발달로 인해 우리 머릿속에 저장되었던 지식이나 규범이 바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되었다. 현행 표준어 규정에 우리나라 표준어의 기준을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표준어 규정을 제정할 당시에는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이었다. 그간 서울의 폭발적인 인구 집중과 삶의 질을 판단하는 잣대의 변화에 따라 '중류 사회'의 개념을 규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표준말의 기준도 시대상황에 맞게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요즘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예전보다 선생님 노릇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한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내재되어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하는 지식과 정보의 양이 월등히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런 변화에 뒤처지지 않게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선생님들 스스로 그 지식과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다른 직종의 종사자들보다 더욱 연구하고 노력해야하는 숭고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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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천호 분평초등학교 교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