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기획연재 >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2부 2장 달 그림자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9.11.08  16:27:39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삽화=류상영>

그래서 개를 기르는 집에서는 개가 골목을 돌아다니며 부정한 것을 물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묶어 두었다. 옷도 모두 빨래를 한 옷을 입고 이웃들과 말을 할 때도 큰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조용조용 말을 했다. 면소재지에 나갈 일이 있어도 꼭 나가야 할 일이 아닌 이상은 내일로 미루고 차분한 마음으로 해가 지길 기다렸다.

황인술은 새해 들어서 초상집에 간 적이 없는 남정네들을 동원해서 황토를 파다가 둥구나무 주변에 고르게 깔았다. 새끼 꼬는 솜씨가 좋은 박태수에게는 왼새끼를 꼬게 해서 둥구나무 허리에두르는 것으로 준비를 끝냈다. 그 동안 용산댁은 혼자서 시루에 떡을 찌고 제물로 사용할 고사리를 삶고, 무나물이며 배추나물을 만들고 건어물은 알맞게 데쳤다. 전을 부치는데 사용할 쪽파며 무 배추도 상태가 좋은 것만 골라서 가마솥 뚜껑에다 푸짐하게 부쳤다.

해가 넘어가면서 둥근 달이 불쑥 솟아올랐다. 내일이 보름이라서 한껏 부풀은 달빛이 푸른색으로 둥구나무를 비췄다. 황토바닥에는 둥구나무 가지가 달그림자를 그려 놓았다. 달그림자 위에 고사상이 마련되었다.

제관인 변쌍출이 촛대를 세우고 있는 동안 집에서 제물이 출발을 했다.

변쌍출의 아내는 용산댁이 맨 앞에서 비교적 가벼운 건어물이 들어 있는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걸었다. 그 뒤에서 박태수가 지게에 떡시루를 지고 따라 나섰다. 김춘섭은 돼지를 잡아서 내장만 긁어 낸 통돼지를 지게에 졌다. 다른 이들은 나물 이며 음식을 담을 그릇을 들고 둥구나무 밑으로 갔다.

변쌍출의 지휘아래 고사상이 차려졌다.

박태수가 징을 치는 소리를 시작으로 제관인 변쌍출이 술을 따르고 절을 두 번했다.

"나이로 치자면 내가 연장이지만 학산면을 책음지고 이는 부면장의 책임이 막중항께 먼저 절을 하는 거시 좋겄구먼."

제관의 다음은 동네의 연장자인 순배영감이 술을 따르고 절을 할 차례였다. 그러나 순배영감은 돼지를 기부한 이동하를 무시할 수가 없어서 빈말이지만 양보를 했다.

"원측은 영감님 차례지만……"

이동하는 순배영감의 말을 기다렸다는 얼굴로 돗자리 앞으로 갔다. 구두를 벗고 술잔을 두 손으로 들었다. 뒤에서 순배영감이 쓴웃음을 짓든 말든 박태수가 따라준 술을 고사상 위에 올려놓고 반듯하게 섰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븐에 어떠한 일이 있드라도 꼭 민의원에 당선되게 해 주길 바랍니다. 만약 미천한 지가 민의원이 되기만 한다믄 후년에도 틀림읎이 돼지를 잡아서 올리겠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승우 승철이츠름 속 썩이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보살펴 주시기를 기원하나이다.

고사를 지내기 전만 해도 빌고 싶은 소원이 열 가지는 넘었다. 그러나 막상 고사상 앞에서는 그 많은 소원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출세하고 싶은 욕망과 자식. 그것도 들례의 몸에서 나지 않은 옥천댁의 몸에서 낳은 승우에 대한 소원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억이 나지 않은 소원이 생각날 때까지 마냥 서서 빌 수만은 없어서 넙죽 절을 했다.

"부면장님 한 번 더 하셔유."

이동하가 절을 달랑 한번만 하고 돌아설 기미가 보이자 박태수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크음!"

이동하는 뒷덜미가 뜨끔거리는 것을 감추려고 잔기침을 한 후에 다시 절을 했다.

"부디, 올게도 작년츠름만 살게 해 주면 원도 읎구만유."

<계속>

한만수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