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호두과자는 어디서 생산되나요?" 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원하는 답은 '천안'을 염두에 두고 물었지만 영악한 학생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실과 기차역예요"라고 대답했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이미 천안 호두과자는 천안을 넘어서 전국의 명물이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천안지역에도 지난해와 올해 국도변과 주요 도로변에 호두과자 판매점들이 속속 생겨났고, 현재 14곳의 제조업소와 38곳의 판매업소가 영업 중에 있다고 시가 밝혔다.

호두는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 영밀공 유청신 선생이 원나라로부터 열매와 묘목을 가져 와 고향인 광덕에 심은 것이 국내 최초 시배지가 됐고, 일제 때부터 호두의 모양을 본 떠 과자를 만들어 만주일대까지 판매됐고, 8·15 해방 이후에는 철도 갱생회를 통해 열차에서 판매돼 '천안=호두과자'라는 등식이 각인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광덕사 호두나무가 지난 1998년 12월 23일 천연기념물 제398호로 지정됐으며, 시는 천안이 호두 시배지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지난해 11월 23일 산림청으로부터 천안 호두의 지리적 표시 등록을 마쳐 천안호두의 상표권을 보호받게 됐다.

천안 호두와 호두과자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자 국도와 지방도를 끼고 지난해부터 호두과자 판매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상호 앞에 '원조'와 '본(本)', '명품' 등 갖가지 명칭을 붙여 가며 자신들의 업소가 마치 원조인양, 최고의 품질을 판매한다며 선전에 나서고 있다.

호두과자 판매업이 신고업종으로 창업이 쉽고, 천안 호두과자의 높은 지명도로 판매업소들이 늘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천안시민들은 어느 판매업소에서 파는 것이 전통과 맛이 있다는 것을 대체적으로 알지만 외지인들은 '원조'나 '본', '명품'을 믿고 구입을 했다가 혹여 입맛에 안 맞거나 할 경우 이미지가 흐려질 우려를 낳고 있다.

호두과자의 생산 규격이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어느 업소 것이 명품이라거나 정도라는 것을 말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제조업소마다 자체 연구와 맛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우려 속에 천안지역 일부 호두과자 제조판매업소 가운데 일부가 국산 호두와 재료를 활용해 품질을 높여 명성 찾기에 나서고 있어 고무적인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a업소의 경우 미국산 호두보다 가격이 약 4.5배나 비싼 광덕산 호두와 우리 밀, 강원도에서 생산된 팥으로 호두과자를 생산하고 있다.

b업소도 지난 9월부터 천안농협과 호두공급계약을 맺고 믿을 수 있는 호두를 구입하고, 구례지역에서 생산한 밀 가공공장과 공급협약을 체결해 고품질의 호두과자를 생산하려는 노력이 일고 있다.

이 호두과자들은 일반 호두과자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높은 것이 단점이지만 천안호두과자의 명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가상해 보인다.

전국에서 누구나 만드는 호두과자보다는 천안이 역시 원조라는 명성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이들 업주들처럼 제조업자들의 장인정신이 시급하게 요구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 박상수 천안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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