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구멍이 뚫린 자배기 모양의 그릇

시루는 수증기를 이용하여 떡이나 쌀을 찌는데 사용하는 용기로, 자배기 모양으로 바닥에는 김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여러 개의 구멍이 나 있다. 주로 토기나 옹기로 만들며, 유기로 만든 것도 있다.

이 시루의 기원은 청동기 유적인 나진 초도 조개더미, 초기 철기 유적지인 평북 대평리 유적, 삼국시대 유적지에서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고구려 시대 유적과 안악 고분 벽화, 약수리 고분 벽화 등에 시루로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떡이나 쌀을 찌기 위해서 솥에 적당히 물을 담고 그 위에 시루를 올려놓고 가열한다. 옷안에 있는 물이 끓어 뜨거운 수증기가 발생이 되면 이 수증기가 시루의 구멍을 통하여 떡가루나 쌀의 사이를 통과하면서 익게 된다.

솥과 시루가 맞닿은 부분에 밀가루와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1cm정도로 길게 만들어 둘레를 붙이는데, 이것을 '시루번'이라 한다. 이 시루번은 틈사이로 증기가 새는 것을 방지하여 솥 안의 증기압을 높임으로써 물을 빨리 끓게 하는 역할을 한다.

시루 속에 내용물을 넣을 때에는 내용물이 시루 밑에 난 구멍 속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시루 밑에는 짚으로 만든 '시루 방석'을 깐다. 일부지방에서는 짚으로 만든 시루 방석 대신에 호박이나 무우조각을 사용하거나 채소잎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끊는 물에 비하여 수증기는 열량이 매우 높다. 그래서 우리가 살갗에 국물을 엎었을 때 국물보다는 수증기에 의한 화상을 더 크게 입는다. 여기에서 우리 선조들은 이미 수증기의 작용을 알고 이러한 물리 원리를 실생활에 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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