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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제 2부 2장 달 그림자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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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1.10  19: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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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류상영>

누군가가 외치는 말에 모리댁이 깜짝 놀란 얼굴로 돌아섰다. 둥구나무 달그림자를 벗어난 지점에 누군가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쓰러진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빠르게 와 닿는 것을 느끼며 달려갔다.

"향숙아! 향숙아! 야 가 왜 이라는겨! 정신 차려 봐라. 향숙아!"

모리댁보다 먼저 달려간 윤길동이 쓰러진 향숙을 껴안고 다급하게 외쳤다.

"뭐햐! 빨리 지……집으로 데리고 가야쥬! 집으로……"

"그……그렇구먼. 향숙아! 향숙아! 눈……눈 좀 떠봐. 응? 눈 좀 떠 보란 말여!"

윤길동은 모리댁이 등을 떠밀며 외치는 말에 향숙을 양팔로 들고 벌떡 일어섰다. 윤길동이 얼른 향숙을 모리댁의 등에 업혀 주었다. 모리댁이 막 돌아서는데 향숙이 어머…… 라고 희미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우뚝 멈췄다.

"향숙아! 정신이 드능겨?"

"응……"

"참말이냐?"

"괜찮응께 어여 내려 줘."

"그……그래."

모리댁은 꿈을 꾸는 기분 속에 향숙이를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금방 모리댁과 향숙이를 둘러싸고 괜찮으냐며 한마디 씩 던졌다.

"괘……괜찮아유. 진짜로 괜찮다니께유……"

향숙은 거짓말처럼 몸이 가볍다는 것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네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고 모리댁에게 찰싹 붙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으메, 이기 머여.

향숙이를 업었던 모리댁은 손바닥에 빨간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았다. 순간 집히는 것이 있어서 향숙의 가랑이를 본다. 향숙의 가랑이에 피가 번져있다. 이기, 초경을 했구먼. 이라는 생각이 숨을 막히게 만들었다.

"향숙아, 어여 집에 가자. 비켜유. 비켜."

올해 14살의 향숙은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예쁘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라서 금지옥엽 같은 딸자식이다. 모리댁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향숙의 손을 잡고 집이 있는 방향으로 바쁘게 걸어갔다.

"길동이 딸내미 팽소 행동이 어뜬가?"

고사상에는 아직도 촛불이 빛을 밝히고 있었다. 아낙네들은 모두 향숙이 있는 곳으로 뛰어 갔고 몇몇 남정네들이 고사상 주변에 서 있었다. 구부정한 허리로 담배를 피우며 소란을 지켜보고 있던 순배영감이 변쌍출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행실이야 착하고 얌전하기로 소문이 났쥬. 근데 왜유?"

"자네 행여 부정탈 짓을 한 거는 없겄지?"

"부정 탈 짓이라뉴? 설마, 저 길동이 딸내미가 나 때문에?"

"자네야 제관을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닝께 각별하게 몸을 건사했겄지. 그렇다믄 누가?"

"형님, 명 짧은 놈은 속 답답해서 심장마비 일으키겄슈. 대관절 먼 말을 하고 싶은규?"

변쌍출은 답답한 표정으로 말을 하면서도 음복을 하라며 순배영감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암만해도 살煞을 맞은 거 가텨……"

"설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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