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사랑의 언어

남편이 차를 몰고 주차장에 들어설 때면 아내들은 대뜸 주차할 곳을 안내해 주기 마련이다.

'저기에 자리 있네. 저기도 있네.'

그러나 이때 아내가 가리키는 곳에 주차하는 남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뺑뺑 돌더라도 다른 곳을 찾곤 하는데 아내가 처음 알려주었던 곳보다 더 안 좋은 자리라도 굳이 그 곳에 차를 대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차에서 내리는 것이다.

아내는 열불이 난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어차피 주차할 거면 내가 말한 곳에 주차하면 될건데. 자기가 청개구리도 아니고 기껏 알려 주었더니 딴 곳으로 가고.... .' 라는 아내의 핀잔에 남편이 하는 말은 이렇다.

'나도 눈 있어!'

인간에게는 누구나 사랑의 그릇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랑의 그릇을 채우고 그 그릇에 넘치는 사랑을 이웃에게 베풀 때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사랑을 받고 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그러나 문제는 서로 사랑을 느끼는 언어가 다르다는 데 있다.

남자가 인정과 신뢰, 칭찬이 사랑의 언어이며 이를 통해 사랑을 느낀다면 여자는 염려와 관심, 배려가 사랑의 언어이며 이를 통해 사랑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는 대개 충고 받는 것을 싫어한다. 인정 받고 싶고 신뢰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여자가 관심을 받고 도움 받기를 원하는 것과 다르다.

여자는, '괜찮겠어? 할 수 있겠어? 힘들지?' 라고 걱정해 주면 자신이 사랑받고 있으며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아 기분 나빠한다.

남자는 도움 받는 것을 자신을 무시하고 동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느낌을 무척 싫어한다. 남자는 항상 여자 앞에서 혼자 힘으로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여자의 조언이나 도움을 거절하는 것이다.

주차장에 들어설 때 먼저 빈 자리를 보고 얘기해 주는 사람은 대개 아내이다. 관심과 배려가 사랑의 언어이기 때문에 아내는 빈 자리가 있다고 계속 조언 또는 충고를 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인정과 신뢰가 사랑의 언어인 남편에게는 그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이 된다. 자신을 믿지 못하고 능력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나도 눈 있어!'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는 것이다.

주차장에 들어갔을 때 남편에게 '어쩌면 당신은 그렇게 주차를 그림같이 잘 해요?' 라고 한 마디 해 주면서 빈 곳을 알려주면 씨익 웃으며 아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쑤욱 차를 갖다 댈 것이다.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한테 목숨을 건다는 말이 있다. 일을 맡겼으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남자들은 잘했다는 말을 들을 때, 자기가 그 일에 필요하다는 느낌을 가질 때 기꺼운 마음으로 일에 임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많은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어한다. 사랑보다 더 큰 의미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자 성숙한 사랑일 것이다.

어렵긴 해도 그렇게 노력해 보는 이 가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낙엽이 지고 있는데….

▲ 이진영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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