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2장 달 그림자

▲ <삽화=류상영>
"지난주에 엄마가 반찬 해 가지고 오셨잖아요. 그 때 엄마한테 들었어요. 아버지가 자유당에서 공천을 받으시게 되면 민의원 후보로 나설 계획이라는 말을요."

"그려 맞는 말이이군, 원래는 군수를 해 볼 생각이었구먼. 하지만 니가 알다시피 내가 일개 면의 부면장 아니냐. 부면장 주제에 군수후보로 나스믄 다른 면의 면장이며 부면장들이 우습게 볼 것 같아서 아예 국회의원 쪽으로 나가기로 했다. 솔직히 이동하가 국회의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읎지. 나보다도 못한 놈들도 금빼찌를 달고 다니는데 내가 못 달믄 그건 억울한 일이잖여…… 그 말을 물어 볼라고 일부러 아부지 근무하는 직장까지 온 거여? 내가 볼 때는 그기 아닌 거 같은데?"

이동하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담배 연기를 날리면서 자랑스럽게 말을 하다가 슬그머니 허리를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아버지 말씀이 맞는 말이에요. 우리나라에 국회의원이 이백 명이 넘는다고 하든데 그 이백 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 아버지 이름이 끼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애자는 미지근한 커피를 홀짝 마시고 나서 얌전하게 입술에 묻은 커피를 닦는다.

"그거시 그릏게 궁금했던겨? 우리 장녀가?"

이동하는 옥천댁이 어린 딸 앞에서 괜한 말을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애자가 벌써 다 커버린 느낌이 들었다. 기특하다는 얼굴로 뺨을 쓰다듬어 주며 소리 없이 웃었다.

"아버지."

애자는 웃지 않았다.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이동하를 바라보고 있다가 짤막하게 불렀다.

"그려."

"아버지는 지금도 공무원이에요. 하지만 앞으로 민의원에 당선이 되시면 국회의원이 되신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여?"

"저는 아버지의 딸로서 아버지가 신문에 나는 건 싫어요."

"별 걱정을 다하는구먼. 내가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믄 어채피 신문에 나는 건 당연한 거 아녀. 외려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 아녀?"

이동하가 슬그머니 얼굴의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아버지가 민의원에 당선이 되셔서 신문에 나는 건 좋아요. 하지만 들롄가 하는 그 여자를 먼저 정리한 다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말 좋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 질거잖아요. 결국 신문에 나게 되고. 저는 그것이 싫은 거예요."
"하하! 그런 거는 니가 걱정할 문제가 아녀. 이 애비가 그쯤도 대비를 해두지 않고 장차 이 나라의 유명한 정치인이 될라고 생각한다믄 그건 큰 오산이여. 니가 걱정하지 않아도 그 문제는 깨끗하게 정리를 할 팅께 안심해도 된다."

이동하는 어린 딸에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았다. 내일이면 애자는 다시 대전으로 올라 갈 것이다. 옥천댁 입단속만 하면 들례 문제는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여유롭게 대답했다.

"아버지, 그 말씀이 정말이세요?"

애자는 이동하가 너무 쉽게 대답을 하니까 얼른 믿어지지 않았다. 두 눈을 반짝이며 놀란 얼굴로 빠르게 반문했다.

"말자가 배고프다잖여. 어른들이 하는 일은 어른들 한티 맽겨 두고 어여 즘심이나 먹으로 가자. 오랜만에 우리 애자하고 말자한테 맛있는 즘심 사 줄 모양잉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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