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3월 19일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 정치사에서 지역주의와 보스정치에 기대 집권에 성공한, 구태 정치의 전형(典型)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양김(兩金)이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 군사독재정권을 종식시키는데 기여한 공(功)은 크다.

하지만 일인지배 정당 운영과 지역대결 구도 고착화를 부추긴 과(過) 또한 작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이들에게 애증이 교차하는 이유다.

그런 양김이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석연찮은 행보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특정 대선 유력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범여권의 통합을 주문하는 등 대선 개입 의도가 다분한 행동을 예사로 한다.

다시금 지역주의를 되살려 대선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해 킹 메이커 노릇을 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구태 재연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근 언행은 매우 우려스럽다. 말로는 늘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면서도 범여권에 대한 정치훈수는 여전하다.

범여권 인사들에게 통합을 강조하며 반한나라당 단일후보를 주문하고 있다. 사실상 범여권의 대선 전략가를 자임한 듯하다.

그런가 하면 "북한을 다시 가보고 싶다"고 방북 희망의 뜻도 공개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이해찬 전 총리를 통해서도 북측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역시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을 통해 대선 구도에 끼어들려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부적절한 처신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구설수에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출판기념회에 이 전시장과 나란히 입장했다. 비록 축사는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이야기보다 내가 왔다 가잖아"라는 말로 지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전시장의 영남 줄세우기를 도와줄 것이라는 얘기나 나도는 이유다.

양김의 행태는 호남과 영남에기반을 둔 자신들의 힘이 건재함을 과시함으로써 대선후보의 후견인 역할을 하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국민들의 수준을 얕보는 오만한 태도다.양김은 이제 흘러간 레퍼토리일 뿐이다.

볼썽사나운 노욕을 버리고 현실정치에서 손을 떼는 것이 그나마 전 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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