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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2부 3장 서울 하늘 아래서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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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1.22  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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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류상영>

시훈은 입안에 가득 고여 오는 침을 모아서 뱉았다. 주머니에서 파랑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고 하는데 경훈이 소매 끝을 잡아당긴다. 시훈은 담배를 피우려다 말고 인천양곡상회를 응시했다.

"시팔, 빽만 있어도 억울한 징역살이를 하지는 않았을낀데……"

"틀린 말이 아녀. 젤 츰에 고향이 워디냐고 묻드라. 그래서 충청도 산골이라고 했지, 그 담에는 핵교를 워디까지 나왔느냐고 묻는 거여. 국민핵교 다니다 중퇴를 했다고 항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촌놈의 새끼 여기가 워딘 줄 아느냐며, 느닷읎이 귀싸데기를 후려갈기는 거여. 그래서 내가 그랬지, 내가 뭘 잘못했길래 때리냐고 말여. 그랑께 그 담 부터는 말도 안 하는 거여. 너처럼 무식한 농사꾼의 자식은 뜨거운 맛을 봐야 바른말이 술술 기어 나온다믄서 마구잡이로 패기 시작하는데 진짜로 하늘에서 별이 반짝반짝거리드라."

"그만햐. 옛날에도 억울한 사람을 붙잡아다 놓고 주리를 틀고, 가랑이를 찢어가믄서 죄인으로 만들었댜. 그런거 하고 뭐가 틀려. 죄가 있다믄 돈읎고 배운 거 읎고 빽이 읎는 거시 죄지."

경훈은 시훈의 말을 계속 듣고 있으면 가슴이 터져 나가 버릴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옆구리에 꽂아 둔 과도를 만지작거리며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시훈의 말을 막았다.

"그 안에서도 그 생각 벡에 안 들드라. 내가 손톱만한 빽만 있어도 여기 들어 올 놈이 아니는 생각 말여."

"제발 그만햐. 그만하고 저 가게 안에 있는 놈한티 복수 할 생각만 하란 말여."

"저 새끼는 언지 문을 닫냐?"

"통금싸이렌이 울리기 삼십 분 전쯤에 문을 닫을껴. 답답하믄 워디가서 탁주라도 한 잔씩 하자. 여기 계속 서 있다가 지나댕기는 사람들한테 들키믄 수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잖여."

"너도 술 마실 줄 아능겨?"

"형은 징역사느라 내 나이도 잊어 뻐렸어? 나도 후년이믄 스무 살이란 말여. 객지에서 열아홉 살이믄 술먹고 담배피고 다 할 나이란 말여."

경훈은 잔기침을 하며 전봇대 뒤에서 빠져 나왔다. 골목 안쪽과 바깥쪽을 날카롭게 살피며 길로 나갔다.

"술 먹을 돈은 있능겨?"

"형 출소하믄 당분간 쉬어야 할거잖여. 그래서 악착같이 모아둔 돈이 이만 환 정도 됭께 그런 걱정은 하지마."

"에이그, 내가 못나서 너까지 고생만 하고 있구먼."

"내가 어지께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뭐라고 항겨? 첫 번째는 죽는 한이 있드라도 두 번 다시는 징역살지 말것. 두 번째는 나한티는 좁쌀만큼도 미안한 생각 갖지 말라고 다짐을 했잖여. 벌써 잊어 버린겨?"

경훈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이참에 확실해 해 두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시훈을 가로막았다.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 보이며 며 목에 퍼런 힘줄이 돋아나도록 힘주어 물었다.

"그랴, 알았응께 워디로 갈껀지 어여 가자."

시훈은 동생 앞에서 할 말이 없었다. 담배 연기를 바람 속에 날려 버리며 입을 꾹 다물고 경훈이 가는 데로 걸음을 옮겼다.

시훈은 서상철의 모함을 받고 특수강도죄로 억울하게 18개월 동안 징역을 살고 어제 출소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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