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공화국'으로 전락

세종시 문제는 정부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그대로 추진하면 뒷탈이 없는 문제다.

5년 단임제인 우리나라 대통령중심제가 실현할 수 있는 미래 청사진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은 취임만 하면 5년내에 너무 많은 일들을 하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

5년 내에 할 수 있는 일과 10년 내에 할 수 있는 일, 30년 중·장기 계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자신들의 임기 내에 처리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 건설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시절, 수도를 옮기는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라는 가장 좋은 제도를 도입했다면 지금에 와서 이러한 국론분열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절차상의 하자 때문에 신행정수도 건설이 위헌판결을 받았다면, 당시 집권 여당은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차선책을 고집하지 말고 국민의 여론을 듣고, 국민들이 결정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 결정했어야 한다. 마치 국회의원이 국민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국회의원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모든 일이 처리됐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금 '갈등공화국'으로 전락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와 관련해 가장 잘못 판단하고 있는 부분은 5년 임기 내에 자신이 주도하는 무엇인가를 결정짓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행정수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강행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집과 다를게 없다. 이 때문에 갈등만 있고 해법은 없는 최근의 세종시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어가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행정수도 예정지로 결정된 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충남 연기·공주지역 '원주민'들은 앞으로 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말에 대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할 것이다.

세종시와 관련된 여러가지 논쟁 중, 문제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a론'이라는 생각이다.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9부2처2청' 이전을 막기 위해 모든 정치력을 동원하고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 친이계는 세종시 문제를 다소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듯한 의혹을 갖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얼마전 세종시 문제는 '원안추진'이면 된다. '원안+a'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 국민 여론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쏠리는 것을 경계하고자하는 의도가 엿보였다.

박 전 대표가 말하는 '+a'는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9부2처2청'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청와대를 제외한 3법부까지 이전하는 '행정수도' 개념을 포함할 수 있고, '9부2처2청' 이전에 교육·과학·기업기능 보완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오면 박 전 대표가 자신의 '+a론'을 구체적으로 피력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a'가 갖는 파괴력을 국민들은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a'의 내용이 충청권 정서에 맞지 않을 경우 그때까지 반대하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a론'을 외면하는 것은 편견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부의 수정안과 박 전 대표의 '+a론' 이 모두 공개된 뒤 세종·혁신·기업도시 모두를 패키지로 묶어 수정안과 원안 추진(또는 원안+a)에 대해 '국민투표'라는 과정을 거치면 논란은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 김동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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