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선행'
두고두고 가슴에서 커가는 아버지 말씀을 듣고 싶다."너도 어른되어 아빠하면 알지...??
말이 그렇지 팔남매 손 벌려 다가설 때마다 차츰 휘어지신 등허리. 어미소 몸꼴 커져
새끼 날 달 채워가면 아버지 말씀도 덩달아 부자. 필자의 시'아버지 세월'의 전문이다.
청주교육청 신청사 이전 기념으로 지난 달 방송인 김병조씨를초청하여 아버지 교육을했다. 명심보감의 계선편(繼善篇)인 '끊임없는 선행'을 시대와 걸맞게재구성한 열강 내내 박수의 고리를 이어갔다."아빠는 많아도 아버지가 없다"며 진정한 아버지는 다름아닌 일상의 평범한 걸음임을 여러차례 강조하였다. 특히, "부모의 생각과 말과 행동 하나하나까지 딸과 아들에게그대로 거울처럼 조밀한 반사가 된다"는자녀교육 체험사례를 들으면서 꼿꼿하게 고개든 아버지 모습은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하였다.부부의 총체로 빚어진 작품이라는 데 뉘 작은 토씨를 붙일 수 있었으랴.
자기존재를 키우기 위해 내린 흰눈을 배경으로 어둠 속에서 세상을 분만하는 빛과 같은 새 사랑을 맞으려 2009년은 서서히 배턴을넘겨주고 있다. 나이가 보태지는 두려움도 있지만 지난 한 해의 개운하지 못한 일기들이 아쉬움의 긴 끈으로 남아 마음을 아리게 한다. 대부분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여미는 옷깃은 남다르게 마련이다. 요즘 「대한민국 싸우지마」란 노래가 네티즌들 사이에 호응을 얻을 법도 하다. "제발제발 싸우지들 마"를 여러 번 강조한다. 거리에서 회의장에서 신문에서 방송에서 눈길 닿는 곳마다 싸움으로 얼룩졌다.왜 그리들 고함과 삿대에 능숙한지모르겠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한 면 밝은 그림 찾기가 어렵다. 굵직굵직한 사람 몇몇은 잠시 후 철창행을 예약해 놓고도 표정관리에 아주 능숙했고 떠넘기기로 시간을 끌었다. 저마다 목소리 키우기에 바람잘 날 없이 늘어난 머리띠 숫자와 삭발항변, 거센 저항 등 아픈 날이 쉴 새 없던 해였다. 하기야 모두 걱정의 그림자를 줄여보려는 순수함으로 치부한다면 더 이상 할말을 잃는다.세상의 딸과 아들 모두가 똑똑히 보며 기억할 아픈 상속 아니던가? 다시 그들이 어른 되었을 때 반사될 걱정에 세상 뜨기 전, "이 아버지가 생전에 보여준 잘못은 모두 잊어달라"며 눅눅한 일기장 먼저 태워버릴 것인가?
유행가 중에 '흘러가는 저 배는 어디로 가느냐 ....이 마음도 구슬퍼 아아아아 어디로 가는 배냐 어디로 가는 배냐.....'를 즐겨부른 때가 있었다. 풍향에 따리 이리저리 흔들려 도무지 어디를 향한 것인줄 예측하기 어려웠던 시절의 애창곡이다. 마치, 수 천마리씩 떼 지어 다니다가 벼랑을 만나면 몰사하는 어리석은 아프리카 스프링 폭스라는 양의 일생과 흡사하다.
뒤 따르는 양은 본능적으로 앞의 양을 밀어내며 달린다. 그러나 최첨단 동력으로 달군채 지구촌 괜찮은 살림살이라 자평하는 우리 현실은 어떤가? 오히려 황포돛대 시절 향수를 헤집어 몸살기 스민 숫자가 훨씬 많다면 또 표집이나 오차의 한계를 두고 트집할 건 뻔하다. 어렷을적 또래들과 함께 저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종이배 여러 척 띄워놓고 물길 따라 손뼉으로 응원하던 고향의 내(川)를 생각하면 자연 시사회 같은 느낌에 젖는다.마음 따스한 사람들 모임 같기도 하고 석양으로 축인 날이면 둑을 듬성듬성 메운 철새가 어울어져 금방이라도 쏟을 은 시심까지 출렁인다.
곳곳에서 흘러와 모였어도 '굴러온 물,박힌 물'로텃세는 커녕, 금방 하나가 되어 어우러짐의 지혜로 빛나 우리네 삶의 고집스런 갈등을 희석시켜 준다. 남의 눈치를 잘 보거나 보통보다 결단력이떨어져헷갈리게 하는 사람을보고 「물」이라고 비하한 경우가 많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물은 삶의 철학이 고집스럽다. 돌아서 비켜갈지언정 먼저 가려고 새치기나결코 신호를 위반하는 일이 없다. 고여서 기다린 시간이 길지라도 발을 동동거리며 조급할 줄 모른다. 정말, 함부로 남을 흔들거나 사사로움에 목숨 걸지 않는 물처럼 너그러운 모습쯤 찾고 싶다.
물길을 터 줄 때까지 인내로 기다리다가낮은 곳으로만 흐를 줄 아는 겸허까지. 큰 그릇일수록 채워야 할 물의 양도 그만큼 많음을 명심보감에서 얻는다. 오늘도 무지를 애써 일찍 깨우쳐주지 않을 듯줄기를 이룬 채흐른다. '자식 무서운 줄 알아라'아버지 교육의 마무리가 강이 되어 부끄러운 갓길로 비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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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익 청주교육청 학무국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