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충청권 민심

충청권이 뒤숭숭하다.아니, 전국이 어지럽다.

정운찬 총리 취임을 전후해 불거졌던 세종시 문제가 충청권을 넘어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출구가 보이질 않는다. 수식어만 남발한 오리무중의 '정체성'에 국민들은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가 된 꼴이다.

이 어지러움증에 한술 더 보탠 소식이 충청권 자치단체장들의 행보다.

수정론의 불가피성에 대해 언급, 일찌감치 뭇매를 맞는 이도 있고, 미사여구를 써 가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한다며 눈치를 보는 이도 있다.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보인다.

자치단체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민심=자치단체장'이라는 등식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 출발한 '국민과의 대화' 이후, 충청권의 민심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소통'을 주장했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일방통행식 강변이 부른 혼란의 역효과만 불러왔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반감 속에 지난 3일 이완구 충남도지사의 사퇴 소식은 또 하나의 화두를 남겼다. 그의 선택이 충청권 민심대변을 위한 극단의 선택임에는 하자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사직 사퇴가 최선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무게를 더하고 있다. 나아가 사퇴를 하려면 탈당을 먼저 했어야 옳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31살, 최연소로 경찰서장을 지낸 그는 경제기획원 관료, 지방경찰청장, 외교관, 교수, 국회의원, 도지사 등을 거친 역동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왜 하필이면, 세종시라는 거대한 폭풍 속에서 지사직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들까.

이 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지사직을 걸겠다'며 세종시 원안추진의지를 고수해왔다. 그런 그가 자신이 속한 집권여당과 정부는 물론, 대통령까지 수정안추진 강행을 표명한 마당에 고민 또한 적지 않았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권에서 친박계로 분류된 이 지사에게는 속칭 '친이-친박'의 주도권 싸움에 휘말릴 공산이 컸고,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거취와 행보를 보여줘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 그는 지사직 사퇴회견장에서 세종시와 관련, "본인(지사)과 어떤 대화나 소통도 없었다"고 말해 수정론을 주도하고 있는 '친이' 세력에 서운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200만 충남도민의 대변자임을 자처한 그가 도청이 아닌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한 이유 또한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탈당은 있을 수 없다"며 내년도 지방선거 출마여부에 대해 "도민들과 뜻에 따라…."고 답변해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의 말대로 세종시는 지역문제가 아닌 국가적 정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도민이 뽑은 수장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고뇌에 찬 결단'일 수 있지만,'고도의 정치적 셈법일 수 있다'는 지적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수순에 있다.

'세종시 태풍'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여당과 mb정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당적보다 관적을 먼저 버렸다면, 이름만 바뀐 부동산 실소유주와 무엇이 다를까 자못 궁금한 대목이다.

▲ 장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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