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버스로 여행할 일이 있어 아침 일찍 버스에 올랐다. 늦잠으로 피로를 풀어야 하는 휴일이라 버스에 올라 눈을 감고 도착지까지 참을 청하려 하던 참이다. 뒷 좌석에 앉은 여자의 휴대폰 벨소리에 막 들려던 잠이 깼다. 여자는 버스라는 사실도 잊은 채 큰 소리로 통화를 했다. 5분 이상을 통화한 뒤 끊자 마자 또 전화벨이 울렸다. 조금 전과 똑같은 내용으로 또 5분 이상을 통화했다. 조금 있으면 만나게 될 사람들과 통화하는 내용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40분 동안 여자는 서너 차례 더 통화를 했고, 그로 인해 아예 잠은 포기해야 했다. 아무도 여자에게 조용히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필자도 괜히 나섰다가 봉변을 당할까 싶어 속을 부글부글 끓여 가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빼앗아서 차창 밖으로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휴대폰은 전국민의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에서부터 팔순이 넘은 노인에 이르기 까지 휴대폰이 없으면 큰 일 나는 줄 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부모와의 소통 수단으로 초등학교 저학년들도 휴대폰을 가지고 등교를 한다. 그러다 보니 별 필요도 없는 아이들 마저 부모에게 떼를 써서 휴대폰을 갖게 된다. 휴대폰의 전자파가 아이들의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는 보고는 그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휴대폰이 없이 30년을 넘게 살아온 세월동안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휴대폰이 잠시라도 곁에 없으면 불안해 한다. 또, 몇 시간씩 휴대폰을 받지 않는 가족이 있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어느새 우리는 휴대폰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되어 버린 휴대폰!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천연기념물로 취급될 만큼 휴대폰은 이제 가장 소중한 소지품 1위 품목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휴대폰 보유는 세계 최고 일지 몰라도 사용 예절은 그 반대일 것이다. 아무곳에서나 휴대폰 벨소리가 들리고, 휴대폰 통화소리 때문에 버스와, 지하철 안은 시장 바닥과 흡사하다.
이제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휴대폰 예절 교육을 실시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부모는 자녀가 원하는 예쁜 휴대폰은 사 주면서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면서도 눈살을 찌푸리는 주변의 눈치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만 좋으면 그만인 것이다.
줄 서기를 가르쳐 이제는 선진 시민이 되어 가는 것처럼 휴대폰 사용 예절을 가르쳐야 할 때이다. 휴대폰 기술이 세계 1위이고, 우리나라 휴대폰이 세계 시장에서 알아주는 명품이면 무엇하랴. 그것을 사용하는 국민의 예절 상태가 1등이 아닌 것을!
명품 휴대폰을 만드는 국민 답게 행동하자. 공공장소에서의 벨소리는 진동으로, 통화는 짧고 작은 소리로... 고가의 휴대폰으로 싸구려 행동을 하지 말고, 바른 휴대폰 사용으로 교양이 넘치는 선진 국민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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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준목 괴산 목도초 교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