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청 공무원들은 해마다 상반기와 하반기 공로연수 대상자를 짚어보고, 승차와 전보인사에 관심을 보이면서 ‘희망’을 갖는다. 10년째 이어져 오는 공로연수가 올해 그 대가 끊어질 것으로 보여 승진대상과 자리를 옮기려는 공무원들은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일 성무용 시장이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공로연수를 강제로 보내지 않고, 대상자의 의사를 존중해주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당사자들이 주어진 기간 동안 근무를 하겠다면 10년째 내려오는 전례는 끊어지게 된다. 이는 재선과 삼선에 출마할 자치단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 정기인사로 고민할 소지가 있는 사안을 솔로몬의 지혜와 같이 성 시장이 묘안을 내놓음으로써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만하다. 신약성경에 보면 기득권층인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이 구세주 예수의 출현으로 시기와 질투, 자리의 위태함을 느끼고 예수를 제거하려고 당시 총독이었던 빌라도의 재판장에 예수를 세웠다. 빌라도는 예수의 죄 없음을 알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정죄하지 않으면 민중봉기와 같은 소요가 일어날까봐 판결권자인 자신은 뒤로 빠진 체 ‘너희 민족의 일이니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으로 권한을 위임해 결국 예수는 십자가형을 받아 생을 마감하게 된다. 재판의 결정권자인 빌라도는 마치 자기와 무관한 일인 것처럼 ‘너희들이 알아서 결정한 일이라 나는 책임이 없다’는 양 물에 손을 씻으면서 외통수 같은 국면을 피해갔다.
성 시장이 공로연수 대상자들에게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재취업(?)의 빌미를 준 것은 참으로 인간적이고 그동안 원치 않는 조기퇴직이라는 아픔의 고리를 끊음과 동시에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고임금을 받는 고급인력을 6개월 동안 놀고먹게 만든다는 비난을 잠재울만한 묘안임에는 틀림없다. 묘안이지만 문제는 이를 시행하는 ‘시기’다.
성 시장이 초선이나 재선에 당선된 직후에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천안시는 ‘내 소신대로 한다’며 이를 공언했더라면 칭찬받을 만한 일이지만 지금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예전 같으면 16명이 되는 공로연수자에 대한 대폭인사는 시기의 유연성은 다소 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내년 1월 1일자로 단행되는데 괜히 선거를 앞두고 인사를 통해 조직을 흔들어 놓을 경우 승진 탈락자나 원치 않는 보직을 받는 부하 공무원들을 적으로 만들 소지가 있어 정치논리에 밀려 인간적인 배려 방안을 내놓았다는 것이 조직 내의 분석이다. 빌라도와 같이 솔로몬에 못지 않은 해법을 성 시장이 들고 나옴으로써 이제 공은 공로연수 대상자들에게 넘어갔다. 이들도 앞에 간 선배들의 공로연수로 승진 등의 혜택을 받았고, 자신들도 당시에는 승진여부를 놓고 저울질해보았을 터이고, 후배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가라고 강요는 하지 않지만 후배들은 선배들의 결정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고, 치사하지만 인간인지라 공로연수 대상자들이 했던 것처럼 마음속으로 자신들의 승차와 전보인사를 계산하면서 ‘희망’을 갖고 있다.
빌라도의 해법이 공로연수 대상자들을 참으로 얄궂게 만들고 있다.
| ▲ 박상수 천안 주재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