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꽤 어려운 질문이다. 아니, 어쩌면 지극히 쉬운 질문일 수도 있다. 단, 행복은 개인의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행복이다 저것이 행복이다라고 명시하지 못하는 것일 뿐. 하지만 인간의 행복은 서로의 관계 형성을 통해서 얻어지는 심신의 만족감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만큼 인간의 행복에 있어 타인과의 관계는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이다. 영어전문학원을 하는 김씨는 뜻밖에도 경찰출두명령서를 받았다. 이유는 밤 10시 넘어 교습을 한 게 이유였다. 누군가가 현장사진을 찍어 고발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씨는 그 누군가를 바로 같은 건물 1층에 사는 이씨로 지목했다. 즉 이씨가 자신을 고발한 학파라치라는 것이다. 물론 이씨가 학파라치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이씨에게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결국 둘은 일이층을 오가며 싸워대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정부가 '국민행복지수'를 만들겠다고 한다. gdp로만 삶의 질을 평가하는 데는 미흡하니 소득, 고용, 주거, 교육, 안전 등의 민생 5대 지표를 만들어 이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국민의 행복도를 높여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좋은 취지다. 그렇다면 정부는 5대 지표에 토대를 두는 것과 함께 김씨와 이씨 같은 사례가 우리 사회에 만연된 것에도 눈을 두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웃의 잘못을 고발하여 보상금을 타게 하는 파파라치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시민들의 법 경시풍조를 바로잡고 부정부패를 척결해 낸다는 이유야 그럴 듯하지만 어찌되었든 파파라치제도가 생기면서 우리사회의 미풍양속은 옛말이 되었고 이웃과 공존하며 살던 삶의 방식 또한 相殺되었으니 말이다.
최근 oecd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주요 30개국 중 25위로 밝혀졌다. 반면 gdp가 우리나라에 훨씬 못 미치는 코스타리카, 쿠바, 비누아투 등은 상위의 위치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한국 사회학회가 주최한 '행복 심포지엄'에서 한국 성인들의 행복요소는 가정과 건강을, 그리고 개인의 능력과 타인의 존경 등을 꼽는다고 발표했다. 또 청소년들의 최대행복조건으로는 사교육을 받아도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좋으면 행복하다라고 했다.
국민의 행복도를 챙기겠다고 나선 정부는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의 행복은 결코 물질의 풍요가 아닌 타인과 사회의 신뢰성에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따라서 정부는 각종 사회문제에 파파라치를 두어 서로간의 불신을 조장하기 보다는 早期교육에서부터 준법정신이 선행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법교육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범법자의 색출을 위한 사회 각부처간의 촘촘한 인력구성과 함께 사회가 容認하는 단체를 따로 두거나 늘리는 것 등에도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겠다는 취지가 확실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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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현자 소설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