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청주시내 곳곳에 걸려있던 전투비행단 이전과 미사일발사대 설치를 반대 현수막을 보고 심사가 편치 않았던 것은, 내가 공군에서 장교로 오래 근무한 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칫 지역의 이익만을 위해 국가안보를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도발위협이 상존하고,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안보질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현대전의 가장 중요한 전력요소인 전투비행단을 무조건 이전하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게다가 군용항공기에 의한 소음피해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에서 어느 지역에선들 전투비행단을 환영하겠는가.

그러나 위와 같은 요구가 청주공항활성화와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지역민들의 뜻임을 확인하면, 그 분노의 의미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전투비행단이 설치된 지 30여년 흐르는 동안 지역민들은 국가안보의 중요성 때문에 군말없이 소음피해와 건축허가상의 문제 등 불편함을 참아왔다. 그리고 12년 전 청주공항이 문을 열었을 때는 중부권 거점공항으로서 역할에 기대를 걸었다. 그리고 이웃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는 것을 보고 그 관문공항으로서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왔다. 충북도도 청주공항에 항공정비센타를 비롯한 항공복합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부터 lg상사 등이 입주해서 헬기조립 및 정비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민간기구로서 청주공항활성화대책위원회가 설립되어 공항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런 지역민들의 기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때 연이용객 100만 명을 넘기도 하고, 중국, 일본, 홍콩, 동남아에 여러 개의 국제노선을 갖고 있던 청주공항이, 최근에는 제주노선만을 운영하는 국내공항 역할로 전락해 연간 50억원의 적자를 내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지난 3월 정부는 전국14개 민간공항 중 유일하게 청주공항을 민영화대상으로 선정 발표하고 향후 30년간 민간에 경영을 위탁하기로 하여, 현재 업체선정 중에 있다. 민영화에 대해서도 찬반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역민들은 공항이 활성화되어 국제공항으로서의 제 모습을 찾고, 중부권 거점으로서 역할을 다해 지역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정책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민영화계획을 발표한지 채 6개월도 되지 않아 전투비행장 방어를 위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대 설치계획이 알려지니 지역민심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미사일 배치 예정지는 화물청사와 lg상사의 헬기 정비공장, 그리고 민간 항공기 활주로와 인접해 있는 땅으로, 지난 30여년간 전혀 사용되지 않던 곳이다. 이곳은 한국공항공사와 충북도, 시민단체 등이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항공기정비센터가 들어설 예정지여서, 미사일이 배치된다면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 특히 이곳은 항공기 착륙방향 끝이어서 공항활성화를 위해 제기되는 활주로 연장이 불가능해지고, 여객기 탑승객들은 미사일 발사대를 바라보며 이착륙하게 돼 안보불안감에 시달릴 것이다. 이런 문제가 충분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여건과 여론은 무시한 채, 같은 중앙행정관서로서 공항활성화를 위한 민영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토해양부와 별반 상의도 없이 미사일발사대 설치를 추진한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좋은 것이긴 하나, 지역민의 삶과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안보정책은 따를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중요한 계획을 추진하면서 충북도와 한 마디 상의도 없었다는데 지역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여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소음피해를 비롯한 각종의 불편함을 참아준 지역민들의 입장을, 국방당국은 당연히 배려해야 한다. 다행히 도지사가 국방부장관을 만나 문제점을 설명하고 향후 위치이동 등에 대해 더 협의하기로 했고, 국방당국으로서도 시작했던 터파기 등을 중단하는 등 지역여론에 귀기울이기 시작했다 하니, 향후 국방당국의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기대한다. 충북도로서도 국방당국으로 하여금 대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공항 인근 땅을 매입해 이를 국방부 부지와 교환하는 등 적극적인 해법찾기에 나서야 한다.

▲ 유재풍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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