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보다 5.3세 늘어

최근 통계청은 2008년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80.1세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은 평균 80.1년을 살게 된다는 의미다. 10년 전보다 5.3세 늘어난 것이다. 이 뉴스를 읽다가 금년 초에 열린 한 건강강연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국내 유수의 종합일간지 건강담당 기자인 강사는 50~60대가 대부분인 청중들에게 "노후준비 열심히 하고 계시지요? 아마 80~90까지 사실 것으로 보고 계실 건데, 제대로 하려면 120세까지 살 생각으로 준비하셔야 합니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80세까지도 힘든데 120세까지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니 나만 놀란 것이 아니라 주변의 내 또래 모두가 놀라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10년전 보다 5.3세 늘어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한국전쟁 전후해서 태어난 여러분들의 당시 기대수명은 50세를 약간 넘은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을 봐라. 여러분들은 50을 훨씬 넘었는데도 팔팔하게 살고 있으며, 모두가 80~90세까지는 살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여러분은 100세가 넘어도 여전히 살아계실 것이다. 80~90세는 죽고 싶어도 죽는 게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암과 에이즈는 치유될 것이며, 그보다 더한 병에 걸려도 자동차 부품 바꾸듯 신체기관 교환이 가능해져 여러분은 아마도 120~130세 살게 될 것이다. 50을 겨우 넘길 것이라던 예측이었지만 요즘 들어 60이 되어도 환갑잔치를 하지 않는 것이나 70을 갓 넘긴 사람은 노인정에도 못 들어가는 현실을 봐라. 내 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대충 이런 것이었다.

그의 말이 맞다면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세월이 60~70년이나 남게 된다. 먹을 것을 벌어놓은 사람에게는 새로 생긴 이 세월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가 문제가 되고, 그것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두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진행되리라는 예상으로 연결된다. 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으며, 2010년에는 이 비율이 11%를 넘어서고, 2018년에는 14%에 이르러 유엔이 정하는 '고령사회'가 된다. 2026년에는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를 맞게 된다. 더구나 부양인구(14~64세)와 피부양인구(65세 이상)의 비율에서, 2010년에는 부양자 7명이 피부양자 1명을 먹여 살리면 되지만 2030년에는 부양자 2.6명이 피부양자 1명을 담당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닥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대수명이 120~130세로 늘어난다는 전제 하에, 지금 60세 전후인 사람이 120세 전후가 되는 2070년쯤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어쩌면 80이나 90이 넘어도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노부모를 모시기 위해서…. 참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의학이 삶 의지 유지할 지

먹는 문제는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대폭 정비되고 새로 도입돼 어찌어찌 해결이 될 거라고 쳐도 그 긴 세월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는 또 다른 숙제다.

봉사활동, 레저활동, 종교에 귀의 등 몇 가지 대안들이 떠오르지만 그것도 힘, 최소한의 체력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지금도 80세이면 안방노인이 되어 거의 모든 대외활동을 삼가고 집에만 있어야 하고, 남의 도움이 없으면 가까운 나들이조차 불가능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100세가 넘고, 120세가 되어서도 움직일 힘이 과연 있을까? 의학의 힘으로 체력은 보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연 의학이 삶을 즐기려는 의지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결국 이런 맥락에서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면 지나친 비관일까? 만일 저주라면 이 저주는 누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기대수명이 처음으로 80세를 넘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떠오른 생각이다.

▲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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