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와 청주시가 답보상태에 있던 청주·청원 통합작업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또다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치권·시민단체에서 통합 여론몰이에 나서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청원군의회는 반대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행안부는 통합 찬·반 여부를 묻는 의견조회서를 이번 달 중순까지 보낼 예정이어서 통합을 둘러싼 '소모적인 싸움'은 곧 결판이 난다.
이런 가운데 청원지역에서는 행안부의 '오락가락 행정'을 질타하며 통합 여부는 청주·청원 시·군의회의 동의보다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샛길'로 빠진 통합작업

2009년 한국사회를 특정 짓는 사자성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었다.
율곡 이이의 정치철학서로 알려진 동호문답에 나온 방기곡경은 옆으로 난 샛길과 구불구불한 길 이라는 의미로 일을 하는데 바른 길을 좇아 순탄하게 하지 않고 억지스럽게 하는 것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인다.
이는 행전안전부가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면서 원칙과 절차를 벗어난 갈지(之)자 행보를 대변하고 있다. 청원과 성남의 경우 통합 찬성율이 50%가 안됐는데도 무응답을 빼고 찬성 백분율을 다시 계산해 통합대상에 포함시켜 공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 안양·군포·의왕과 진주·산청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발표 이틀만에 대상지역에서 빠지는 일도 벌어졌다.
이렇게 행안부가 무원칙·졸속으로 통합을 추진하면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고 주민간 갈등과 반목을 심화시켰다.
행정구역 통합은 우여곡절 끝에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행정구역 통합이 확정된 진주·창원·마산을 제외한 청주·청원 등 3곳은 통합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부터 절실한 통합의 필요성이 없었던 데다 주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안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이번처럼 어설픈 정책으로 소모적인 갈등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주민투표 '최선의 선택'

행안부는 이번 통합 추진 과정에서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청주·청원지역의 여론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곤 행안부장관이 최근 "청주·청원 통합은 반드시 성사되어야 하는 지역이다"면서 "청원군의회가 대승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주민투표 없이 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인식이 만만찮다.
시·군의회 의결로 통합을 결정하는 것은 무리이며 반드시 주민투표로 통합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충회 청원군의회 의장은 "통합추진 여부는 한번 잘못되면 되돌릴 수 없는 청원군민의 삶과 직결된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에 주민투표로 결정돼야 한다"며 "졸속적으로 행정구역통합을 추진할 경우 이후 더 큰 갈등과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청주·청원 통합은 지방자치의 주체이자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행정구역 통합이 당초 목적대로 지역발전과 주민편의 증진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주민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정부는 비용이 들더라도 주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지방자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주민투표는 둘러가는 길 같지만 모든 논란을 잠재울 확실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계속 밀어붙인다면 해당지역 주민들의 저항으로 더 큰 혼란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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