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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2부 5장 만세 삼창에 술이 석잔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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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1.03  16: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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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용네는 빈그릇을 포개어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밥상위에 흘린 밥알이며 반찬은 빈그릇에 따로 모았다.
뜨거운 투가리를 들고 올 때 사용한 행주로 밥상을 닦으며 철용이 아니라 김춘섭이 들으라는 얼굴로 말했다. 가장이라는 사람이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말랐을 어린 아들이 서울에 돈을 벌로 간다는데 여하간 서울 가서 고생이 되도라도 성공하라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돌부처처럼 앉아있다.
애비가 저 모냥으로 우유부단항께 자식들이 고생이지.
다른 집 가장 같았으면 자식을 눈앞에 앉혀 놓고 서울이라는 데는 이러이러한 곳이니, 정신 똑바루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를 할 것이다. 당부는 고사하고 철용이 얼굴이나 바라봐 줬으면 좋겠는데 담배연기만 모락모락 피워내고 있는 모습이 얄밉기만 하다.
"내가 어린아여 그런 것도 모르게. 영숙아 큰 오빠 읎는 동안 엄마하고 오빠들 말 잘 듣고 있어야 햐. 그래야 오빠가 이 담에 추석에 내려 놀 때 영숙이 꼬까옷 사 들고 오지."
"인제 나한테 글자 안 갈켜 주는 거여?"
"철재 오빠도 글자 죄다 알고 있응께 철재오빠한티 알켜 달라고 햐."
"츠, 철재 오빠는 글씨 모른다믄서 맨날 대가리만 때리잖여."
"그람, 철준이 한티 갈켜 달라고 햐. 철준이는 글자를 잘 읽응께."
"철준이 오빠가 나한티 글자 갈켜 줄 시간이 워딨야. 맨날 딱지치기만 하는데. 하지만 나는 엄마하고 작은 오빠들 말 잘 듣고 있을껴. 왜 그라는 줄 알아?"
"왜 그라는디?"
"큰 오빠가 불쌍항께."
영숙이와 철용이 주고받는 말을 등 뒤로 듣고 있던 김춘섭은 고개를 번쩍 들고 신경을 뒤로 곤두세운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데?"
밥상 다리를 접고 있던 철용네가 맹랑하다는 얼굴로 영숙이를 바라봤다.
"엄마 어지께 콩 가리믄서 막 울었잖여. 느 큰 오빠는 공부도 못 갈키고 돈이나 벌어오라며 서울로 보냉께 불쌍해 죽겠다고 말여."
"호적에 먹물도 안 마른 아를 데리고 앉아서 별 소리를 다 쥐꼈구먼."
김춘섭이 철용이 서울 가는 마당에 어두운 모습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참을 수가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애비라는 사람이 서울까지 가는 자식을 눈앞에 두고 이릏다 할 당부의 말 한마디도 읎이 먼 산만 쳐다보고 있응께 워쨔. 나라도 한마디를 해야지."
"철용이 혼자만 서울 가는 줄 생각하는 모냥이구먼. 웬만한 집 자식들은 죄다 서울 가 있어. 그라고 서울이 머, 사람이 사는 데가 아니고 짐승들만 사는 덴가? 외려 여기 보담은 나. 서울 사는 사람은 적어도 끼니를 굶는 사람은 읎댜. 걸어지도 하루 새끼 밥은 먹고 산다는 구먼. 그라고, 우리 행핀이 좋아서 상규츠름 중핵교라도 보낸다믄 서울을 왜 보냐? 행핀이 안 됭께 보내는 거잖여. 그라고 누가 이릏게 살고 싶어서 이릏게 사능겨? 부모한티 물려받은 재산하나 읎는 놈이 배운 것도 읎고 빽도 읎응께 이릏게 살 수벢에 읎잖여. 그런 점은 저도 나이가 한두 살 먹은 철부지도 아닝께 다 이해 하겄지. 그라고, 아는 사람이 영판 읎는 서울 바닥도 아니잖여. 영동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딱 내리믄 을지론가 하는 데 살고 있는 광일이가 서울역에서 지달린다고 했잖여. 그람 광일이가 가자는 데로 졸졸 따라서 가믄 되잖여. 오늘 밤은 광일이네 사장 집에서 하룻밤 신세지고. 냘은 앞으로 먹고 잘 철공소까지 직접 데리다 준다고 했잖여. 그람 그 집에서 먹고 잠서 착실히 기술이나 배우믄 됐지, 먼 걱정여. 철모르는 영숙이 혼자 서울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옛날 같았으믄 장가라도 갈 나이에 서울 보내는데 먼 놈의 걱정이 그리 많응겨. 에이! 이래서 여자들은 콧구녘 밑에 셤이 안 나능겨. 할 걱정 안할 걱정 가릴 줄도 모르고 대나가나 쥐끼니께 털이 날 턱이 있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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