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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2부 5장 만세 삼창에 술이 석잔 185 <멀찌감치 서 있는 혜룡이>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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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1.06  14: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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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류상영>

"자! 자! 여길 봐유. 우리가 시방 한가하게 다른 후보 연설 듣자고 비싼 돈 주고 제무시 대절해서 가는 거는 분명히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그릏다고 양심에 걸리는 문제도 아뉴. 톡 까놓고 생각해서 우리를 영동까지 태워갈 제무시는 누가 불러 준거유? 우리 이동하 후보님이잖유. 그라고, 누가 즘심이며 술을 사준대유, 이동하 후보님벢에 더 있슈? 딴 후보들이 탁베기 한 잔이라도 사 준다는거유? 또 있슈. 부면장님이 민의원이 되셔야, 하다못해 딴 동리보다 우리 동리서 비료 한포라도 더 배급을 받을 수 있고……"


황인술은 자식들 좋은 데로 취직이라도 시킬 수 있고, 라는 말은 속 보이는 말 같아서 하지 않았다.
이미 이동하를 만나서 민의원에 당선이 되든 안 되든 서울 전당포에 가 있는 광일이를 면사무소 임시직원으로 취직시켜 주기로 약속했다.
그런 소문이 벌써부터 나면 너도 나도 이동하에게 취직을 부탁할 것이고, 광일이 면사무소에 취직하는 것도 물 건너 갈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구장 말 듣고 봉께 일리가 있구먼. 그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잖여. 암만해도 부면장님이 민의원이 되시믄 머가 틀려도 틀릴겨."
"정월에 농협조합에서 농자금도 다른 동리보담 많이 줄란가?"


순배영감의 말이 끝나자마자 해룡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언지부텀 해룡네가 농자금 받응겨. 내가 알기루는 농협조합에 농사꾼으로 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만, 그것도 쥐뿔만큼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허! 척하믄 삼척이지. 농자금이 많아 나와야 해룡네 장사가 잘 될 거 아녀. 외상으로 마실 것도 이왕이믄 현찰 주고 마시고 말여."
"자! 자! 사견은 일절로 끝내주시고 제무시가 올 시간이 다 됐응께 내 말 좀 들어봐유."
"거기 가서 연설만 들으믄 되는거 아녀?"


변쌍출이 곰방대에 담배를 쑤셔 넣다 말고 물었다.
"별거 아뉴. 부면장님 찬조연설 할 때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주믄 되유."
"츰부터 연설 끝날 때까지 박수만 쳐주믄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볼낀데."
"병태 형님!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유?"
"그람 언지 박수를 쳐 주믄 되는 거여?"
"거기 가면 전문적으로 박수를 유도하는 사람이 대기하고 있슈. 그 사람이 옳소! 하고 괌을 지름서 박수를 치믄 무조건 따라서 치면 되는 거유. 그라고 부면장님이 연설을 하실 때도 옳소! 옳소!, 맞아유! 자유당만세! 이동하 후보님 만세! 하고 목이 쉬도록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불러야 해유. 그래야 민주당 사람들도 부면장님 연설이 맞다는 걸 알고 얼떨결에 박수를 쳐 줄거잖유. 이를테믄 학산장날 약장사가 타령을 할 때도 추임새를 넣어 줘야, 약장사가 흥이 나서 남원의 애수라는 노래만 부르고 끝날 것을 방랑시인 김삿갓까지 덤으로 불러주는 이치하고 가튜. 그런 의미에서 연습 및 번 해 봅시다."


"연습은 멀."
"만세야 해룡이도 할 줄 아는데 멀."
"츠, 연습 할 거이 따로 있지. 남부끄럽게 만세 연습은 멀……


황인술의 말에 여기저기서 쑥스럽다는 얼굴로 한마디 씩 했다.
"그래두 연습은 하고 가시는 거 하고, 기냥 암 생각읎이 가시는 거 하고 천지차이유.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닝께 한븐 연습해 봅시다. 자! 자유당 만세!"


황인술이 숨을 힘껏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 뿜고 나서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몇몇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엉거주춤 들다가 싱겁게 내린다.


"이것봐유. 연습을 하자고 해도 만세를 부르는 사람이 읎잖유. 이릏게 맥아리가 읎어서 이따가 만세 가 나오겄슈? 그랑게 지를 따라서 해 봐유. 자! 자유당 만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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