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12월 마지막 날, 전국의 고속도로는 새해 해맞이 인파로 몸살을 앓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렇게 새해의 첫날, 가족과 친구 연인끼리 바다를 찾아 새해의 소망과 안녕을 기원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바다를 찾아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이들 중 우리가 몸담고 있는 초록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싶다.
대설이 갓 지난 얼마 전, 공원을 지나다 뜻밖에 낯선 풍경을 보았다. 낮은 담장 너머로 노란 개나리가 활짝 꽃망울을 터트린 것이다. 화단 아래에는 겨울바람에 시들지 않은 별꽃도 흰색의 꽃망울을 달고 있었다. 순간 지나는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며 반겼다.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쑥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말았다. 그들 중 한 노신사의 말이 철없이 피어난 꽃을 보고 반긴 그들을 무안하게 했던 것이다.
"엄동설한에 개나리가 저리도 핀 걸 보니 지구가 탈이 나도 단단히 탈이 난 모양이고만."
지구 온난화
지구의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얘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폭염, 폭우, 폭설, 엘니뇨, 라니냐와 같은 이상기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전 일이다.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고, 한반도기후가 점점 아열대로 변해 생태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솔직히 우리는 지금껏 이 문제에 대해서 태만한 건 사실이다. 한 겨울에 개나리가 피어난 건 지구가 아픈 탓이라고 마음 쓰는 그 노신사와 같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니 지구기상재해에 우려하는 마음은 있어도 정작 그 문제를 위해 산업문명에 젖은 라이프사이클을 선뜻 바꾸려는 이는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코펜하겐에서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이해관계만 첨예하게 대립하다 결국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과 함께, '감축행동 등록부'에 합의를 두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즉 지구를 구하자고 모인 각국의 정상들이 국제경쟁의 엄연한 현실 앞에서 추가협상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조금의 성과는 있었다. 우리나라가 감축목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면서 2012년 총회유치와,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 설립계획을 밝혀 한국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어준 것이다.
기후 변화 협약
'기후 변화 협약'에서 우리가 먼저 지구를 살려보겠다고 나선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목표를 두고 기업과 민간 모두에게 지구 살리기에 동참할 것을 제시하고 나섰다.
전기·가스 요금 에너지 연동제와 업종별 에너지관리시스템 표준모델 개발, 건물 에너지효율등급 표기, 공공기관 에너지목표관리제, 온실가스 거래제 등의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당장 기업과 민간 모두에게 고통이 따르는 사항들이다. 하지만 이제 지구의 기상이변은 지구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러니 피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피하지 못할 거라면 슬기롭게 대처하는 편이 낫다. 물론 지구 살리기에 '내가 먼저'라고 국제사회에 선포한 대통령을 비롯한 그 관계자들이 먼저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줄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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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현자 소설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