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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5장 만세 삼창에 술이 석잔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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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1.10  17: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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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왜 주냐 이거여."
"허! 그기 바로 식권여. 그걸 어깨에 두르고 있어야 밥하고 술을 공짜로 주는 거여."
"내 참, 즘심 안 읃어 먹고 말지……"
"그려, 사람들이 우리만 쳐다보믄 쪽 팔리잖여."
"그 때는 미친 척하고 먼산 쳐다보고 있지 멀."
박평래는 담배만 주는 것이 아니라 어깨띠도 하나씩 건네주었다. 옥양목을 잘라 만든 어깨띠에는 <기호 1번 이동하> <영동발전의 기수 이동하> 라는 글씨가 써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어깨 띠 인줄 알면서도 쑥스럽다는 얼굴로 한마디 씩 했다.
"나……오셨구만유."
박태수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옥천댁을 보는 순간 지나간 토요일 버스를 같이 탔던 기억이 떠올라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네……승우 아부지가 오늘은 꼭 나와야 한다고 혀서."
옥천댁도 같이 버스를 타고 영동까지 갔던 때가 생각이 나서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했다.
"그람, 난중에 봐유."
"그릏지 않아도 바쁘실텐데……"
박태수가 황망한 얼굴로 돌아서서 옥천댁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순과 순복은 자신들이 민의원 후보로 나서기나 한 것처럼, 남정네들이든 아낙네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손을 내밀어 상대방의 손을 잡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고 있다. 옥천댁도 몇몇 아낙네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박태수를 바라본다.
박태수는 남정네들 틈에 섞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들판처럼 넓어 보이는 등을 계속바라보고 있으면 박태수가 얼굴을 돌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뒤돌아섰다. 드믄드문 모판을 만들어 놓은 논에는 모를 심기 위해서 물을 받아 놓았다. 바람이 불때마다 물주름이 일어나고 있다.
"읍내 볼일 볼 기 있어서유."
지난 주 토요일이다. 옥천댁은 대전에 있는 딸들에게 반찬을 전해주러 갈 생각으로 학산버스 정류장으로 나갔다. 차표를 끊은 다음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박태수가 담배를 사러 들어왔다. 모산의 집 마당에서 보았을 때보다 학산에서 보니까 새로운 감정이 물결처럼 밀려와서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아이구, 이른데서 다 만나게 되는구만유. 워딜 가시는지……"
버스정류장 안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앉아 있거나 서 있었다. 박태수는 사월의 복숭아꽃처럼 화사한 얼굴로 인사를 하는 옥천댁을 보는 순간 아무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꿈속에서도 만나기 힘든 귀인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허리를 숙여 보였다.
"대전 좀 갈일이 생겨서유."
"따……따님들한테 가시는 질인개비내유?"
박태수는 이병호한테 소를 외상으로 사기 전에는 옥천댁을 한 달에 한 두 번씩 밖에 보지 못했다. 그러나 소를 사고 나서는 이러저런 일로 한 달에 대여섯 번씩은 보는 편이다. 면장댁의 마당에서 마주쳐서 물을 얻어 마시거나, 간단하게 말을 섰을 때는 그저 가슴이 설레일 정도였다. 하지만 모산과 십 리나 떨어진 학산에서 옥천댁과 단둘이 만나니까 기분이 묘했다. 마치 은밀하게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저절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더듬거렸다.
"예, 논산댁이 잘 해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해 주는 반찬이 틀릴거잖유. 그래서 밑반찬 및 가지 맨들어서 가는 길유. 담배를 사러 오셨능개뷰?"
옥천댁도 집 마당에서 박태수를 보았을 때 보다는 박태수가 훨씬 친밀하고 가까운 사람처럼 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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