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부, 카스의 바자르와 전통무용 공연

▲ 1 바자르 앞의 거리모습. 2 멋드러진 바자르 입구의 모습. 3 시장이 파한 바자르 모습. 4 전통악기 판매장. 5 수공예품 판매장. 6 먹거리 노점상. 7 위구르족의 전통춤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8 아가씨들의 멋진 춤사위.
실크로드를 대표하는 도시 카슈갈(카스)에서 바자르(시장)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실크로드의 어느 지역이나 크든 작든 바자르가 들어서고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으나 카스의 바자르는 중국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시장이 열리는 시간에도착하지 못해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했다.
바자르는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일요 바자르가 있고 항상 열리는 상설 바자르가 있다고 한다. 수공업으로 만들어지는 생활필수품과 공산품이 모두 모여 있다 할 정도로 많은 상점과 많은 인파에 어지러울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를 알 것 같다. 카스에서 가장 크다는 애제타이 청진사 앞에 있는 커다란 광장이나 그 북동쪽으로 길게 늘어선 직인가(職人街)에서는 항상 바자르가 열리고 요즘은 장사꾼들보다 관광객이 더 많을 정도라고 소개를 하고 있다. 일요 바자르는 시내 북동쪽에 있는 애자래제로(艾孜來提路) 근처에서 열린다고 한다. 지금은 서서히 현대적인 시장으로 변하고 있으며 다양한 공산품까지 판매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카슈가르의 바자르는 옛날 실크로드의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 더 전통적인 바자르가 열렸던 것 같다. 가장 큰 교역시장이 열렸던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대화와 상설시장 건설로 옛 멋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온갖 상품이 넘쳐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뒤섞이는 시장분위기속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카슈가르를 간다면 반드시 바자르를 들려 보아야 한다.
마침 동물시장을 찾아본다며 미리 출발한 송 교수께서 되돌아와 10년 전에 보았던 예전의 동물시장을 찾을 수 없었고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전한다. 미루나무가 서 있는 노천시장에서 열리는 동물시장에는 많은 종류의 짐승들이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데 그중 양의 숫자가 가장 많다고 하며, 토끼, 고양이, 당나귀, 말, 소 등이 집단으로 몰려와 한꺼번에 울어대는 복잡한 동물시장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말아야 할 것 같다.
동물시장 이야기를 하다 보니 1970년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서 3일과 8일에 열리던 괴산 5일장에 찾아가던 일들이 생각이 난다. 소를 몰고 괴산장에 함께 가면 장터에서 파는 국밥을 사주신다는 아버님 말씀에 칠성 시골집에서 이십리가 넘는 괴산 우시장을 향해 길을 나선다. 내용을 모르는 어미 소를 앞세우고 송아지를 끌고 가서는 소꼴을 베어 나르고 소죽을 만들어 주며 정성껏 키우던 송아지를 팔고 새 주인에게 넘겨줄 때 헤어지는 슬픔에 울먹이자 엿가락을 손에 들려주던 할아버지 모습이 텅빈 카스의 바자르 한구석에 그려진다. 위구르인들의 겨울모자처럼 생긴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송아지 값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사람들과 입씨름을 하던 할아버지의 햇볕에 그을린 그 모습이 꼭 위구르 노인모습처럼 떠오르며 갑자기 고향생각이 나니 웬일일까. 그렇게 송아지를 팔아서 학비를 만들어 줬으니 소에게 송아지에게 고맙다고 해야할 것 같다.
우리네 시골 5일장이 파한 뒤 썰렁하게 보이는 시장바닥을 어슬렁거리듯 돌아보고 있는데 한 상점의 점원이 중국의 전통요리에 많이 쓰이는 '산스'라는 열매를 구경해여 보라고 손을 내밀어 맛과 향기를 보니 그냥 주어도 가져가지 않을 것 같은 강한 향이 코를 찌른다. 한 아주머니가 기름에 튀긴 꽈배기처럼 생긴 밀가루 빵을 바구니에 한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가자 빵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하나 사보라고 하는데 서성거리다 보니 벌써 다음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다.
비록 일요바자르가 열리지는 않고 있으나 상설시장을 돌아보며 아쉬운 대로 구경을 하여본다. 이름을 알 수 없고모양도 특이한 위구르민족의 전통악기들이 잔뜩 걸려 있고, 종이상자에 소담하게 담아놓은 색색의 과자들이 눈길을 잡고, 원색으로 물을 들여 색상이 곱기만 한 옷감을 주렁주렁 걸어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손으로 두드리고 잘라 만든 동제품들이 예쁜 모양을 하며 실용성이 엿보인다. 여성답게 성남에서 온 친구는 수공예품을 찾아 이곳저곳에서 이것저것 살펴보고는 마음에 드는 상품이 없는지 그냥 나온다. 시장하면 역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는데 밀가루를 튀기고 구워 만든 솥 뚜껑만한 음식들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입맛을 당기고 기름이 타는 냄새를 풍기며 양고기 꼬치구이를 팔고 있는 모습들이 펼쳐지고 있는 시장의 모습이다. 시장을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이들의 자세를 우리도 배워야 할 것 같다.
옷가게 앞에서 옷감들을 구경하며 얼씬 거리자 주인이 녹차를 내오며 들어오라고 한다. 녹차가 생산되지 않는 실크로드에서 이 녹차는 차마고도를 거처 실크로드를 따라 이곳까지 왔을 터이니 귀한 녹차 대접을 받는 셈이다.
카스의 바자르는 그 역사가 2000년도 더 됐다고 하며 고대에는 아시아 최대의 시장이었다고 설명을 하지만 실크로드의 출발지로 중국 역대왕조의 수도였던 장안(서안)의 시장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하긴 그 시절에 살아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고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 작은 규모라도 시장이 서게 된다는 생각이다.
실크로드를 돌아보며 위구르족의 생활환경의 특징 중 하나가 사원이 마을이나 지역마다 있고 사원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시장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원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오니 자연스런 모습으로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 카스에만 이런 시장이 수십 개 이상이라고 한다.
시장(바자르)이 열리는 시간대를 맞춰 오지 못한 탓에 청주의 육거리 시장 분위기만도 못한 시장을 돌아보고 나니 여행의 알맹이가 하나 쏙 빠져 나간 느낌이다. 먼 거리를 달려오며 작은 시골장과 야시장을 보기야 했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은 여유를 갖고 이곳저곳 돌아보며 보고 만지고 눈으로 마음으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느껴보아야 하는데 짧은 일정에 욕심만 많아서 가고 또 가는 이동시간이 많았으니 어쩔 수 없었고, 그나마 이런 기회마저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팔자 좋은 소리 한다고 할 것 같아 아쉬운 입을 다문다.
바자르를 나와 카스의 전통예술 공연장에서 위구르 민속무용을 담은 춤사위를 보고 있다. 커다란 무대가 드러나며 배경 속에 멋진 풍광 나타난다. 하얀 설산 아래 넓은 초원이 펼쳐지며 꽃들과 나무숲이 보이고, 골짜기를 따라가며 오솔길이 이어지고 풀밭에서 양들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살다보면 청춘남녀들이 진한 사랑을 나눌 수 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느낌 들고 있다. 지나치게 밝은 무대조명 아래에서 펼쳐지는 춤 모습을 보니 위구르인들의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모습인 것 같다. 배경 속의 계절도 변해 푸른 초원이 누렇게 변하고 호양나무 잎들이 노랗게 단풍으로 물들며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시냇물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주니 다음 실크로드 답사는 호양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음악회나 공연장 가는 기회가 적을 정도로 공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이런 자리에 있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푸른 초원과 만년설을 배경으로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중국 소수민족들의 공연은 보고 싶은 한 장면이다.
포도밭을 배경으로 처녀총각들의 사랑놀이가 펼쳐지고 노래와 춤을 보여 주는데 누군가 지루한 느낌으로 "차라리 야시장이나 가지" 글쎄 야시장과 공연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이왕이면 두 가지 다보면 좋을 것 같다는 욕심을 앞세우며 공연장을 빠져 나오니 카스의 거리에도 어둠이 내리고 내일이면 돌아간다는 아쉬움이 벌써 다가오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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