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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2부 5장 만세 삼창에 술이 석잔 191회 <박태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옥천댁>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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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1.14  15: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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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류상영>

박태수는 버스에서 내렸다. 옥천댁은 박태수를 안보는 척 하며 곁눈질로 바라본다. 박태수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어디론가 갈 것 같은 몸짓을 하더니 걸음을 멈춘다. 담뱃불을 붙이고 몇 걸음 걷다가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기를 몇 번 하더니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박태수가 몇 번이고 멈춰 섰던 길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가 했더니 4월의 따뜻한 바람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멀리 방천에 제무시 두 대가 뽀얀 먼지를 꼬리에 달고 오는 것이 보였다. 옥천댁은 손수건을 쥐고 있던 손에 땀이 촉촉하게 배어있는 것을 느끼며 둥구나무를 향해 돌아섰다.


"저기 제무시 오는구먼."
"난생 첨으로 제무시 타고 읍내 가게 생겼구먼."
"이게 죄다 부면장님 덕분이여."
"자! 자! 줄을 서유, 줄을 서야 여기 있는 사람들이 죄가 제무시를 탈 수 있슈. 남자는 이짝 줄에 서고, 아줌마들은 이짝 줄에 서유."


황인술은 마냥 신이 났다. 너럭바위에 올라서서 흥분한 얼굴로 웅성거리며 서 있는 동네사람들을 향해 손뼉을 두들겨 보였다.


왕십리역 광장으로 이어지는 큰 길에서 오른 쪽으로 접어드는 도로는 차 두 대가 간신히 비켜 갈 정도의 넓이다. 길 양쪽에는 가게가 늘어서있다. 가게마다 채소며, 생닭, 고무신에 잡화, 미국에서 구제품으로 건너 온 구제용 옷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서 길은 더 복잡해 보였다. 길은 포장을 하지 않아서 움푹 파인 곳마다 가게에서 버린 구정물이나 물이 고여 있어서 시큼한 악취를 풍겼다.


'형제양곡상회'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쌀집 옆에는 중국요리집이 있어서 시큼한 냄새에 고소한 냄새까지 섞여 야릇한 냄새를 풍겼다. 그래도 시훈이 형제는 바람이 불때마다 코를 찌르는 냄새가 향기롭기만 했다.


가게 안에는 쌀과 보리며 잡곡이 든 가마니가 절반은 차지하고 있어서 근동에서는 제일 장사가 잘되는 집처럼 보였다.
"암만해도 우리가게를 못 찾는 거 가텨. 영동에서 오후 두시 완행열차를 타셨으믄 벌써 서울역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데……택시는 돈 아깝다며 안타실 거고, 버스를 타고 오셔도 시방은 도착하셨을 시간인데."


시훈은 가겟방 앞에 있는 책상 앞에 앉아서 초조한 표정으로 계속 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 건너편에 있는 구멍가게와 정육점 안에 불이 들어와 있다.
"형, 걱정할 거를 걱정햐. 아부지가 집 찾는 데는 선수여. 기냥 오시는 것도 아니잖여."


방안에 벌렁 누워 있는 경훈은 시훈과 다르게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너, 아까 배달 갔다 옴서 또 술 먹응겨?"


"소주 딱 한잔 했구먼. 쌀 배달 한다는 기 딴 일하고 틀려서 술 심이 읎으믄 못햐. 쌀 닷 말을 실은 자전거를 끌고 저 위 고개를 올라갔다 내려옹께 다리의 심이 하나두 읎는 거 가텨. 그릏다고 둔너 잘 수는 읎잖여. 즈녁 배달 때까지는 젼뎌야 한다는 생각에 쌍과부 집에서 한 잔 했지 머."
"술을 마셔도 정도껏 마셔야지. 너 은제부텀 맨날 술 마셨는지 알고나 있능겨?"
"형, 잔소리 좀 그만햐. 누군 술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줄 알아."


경훈은 두 다리를 번쩍 치켜 올렸다가 그 반동을 이용해서 벌떡 일어났다. 여전히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체 방에서 나와 신발을 꽤 신었다.
"경훈아, 내 말 좀 들어 봐라. 너는 워치게 꺼꾸로 사냐. 외려 나는 그때 일이 다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암 생각 읎이 장사만 하고 있는데, 니가 그릏게 맘을 못잡으면 나는 워틱하라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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