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필요한 요소

연일 계속되는 한파의 기세가 매섭다. 여러 해 동안 제대로 된 추위를 겪어보지 못했기에 유난히 맹위를 떨치는 이번 겨울이 더욱 혹독하게 느껴진다. 거기에 잦은 눈(雪)이 더해져 소위 몸이 받아들이는 체감온도는 훨씬 차갑고 썰렁하다. 이런 추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니 강호제현께서는 단단히 마음먹고 건강관리에 특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계절에 따른 자연현상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주질서의 한 부분이다. 문명을 발전시켜온 인류가 도전과 창조의 정신으로 자연을 극복하고자 무수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근본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그것을 깨뜨리려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입게 된다는 게 하나의 상식이자 불문율 아니겠는가.

리더가 필요한 요소

세종시 문제로 지역이 들끓고 있다. 참으로 가당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엄동설한에 국격(國格)을 부르짖고 백년대계를 내다봐야한다는 대통령이 국민을 길바닥으로 내모는 형국이니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 혜안을 지닌 불세출의 지도자가 홀연히 나타나 미몽에 빠진 백성을 도탄에서 구한다는 전설 같은 얘기는 옛날이야기로 족하다. 우리네 힘없는 백성은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말이 통하고 상식이 작동하는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이다.

구성원의 신뢰를 얻는 데 필요한 리더가 가져야 할 네 가지 요소가 있다고 한다. 관심(care), 능력(competence), 비밀유지(confidentiality), 일관성(consistency)이 바로 그것이다. 작은 조직이지만 내가 속한 기관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수시로 되새기고 있는 나만의 지침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관련하여 위의 요소를 대입해 평가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먼저 '관심'은 구성원에 대한 치우치지 않는 사랑을 의미한다. 각각이 처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체적인 틀 속에서 함께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격려하는 것.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 살리기, 수도권 과밀화해소라는 목표로 출발한 세종시가 한낱 그렇고 그런 관제도시로 전락하고 말 지경이니 '리더'의 진짜 관심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능력'은 그야말로 한 조직을 이끌고 가는데 필요한 종합적 소양을 말한다. 여기서도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균형 잡힌 시각에 바탕을 둔 시대정신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영속적으로 존재해야 할 국가를 물질적 기반 못지않게 튼튼한 정신적, 문화적 기반 위에 올려놓는 것, 어쩌면 국가지도자에게 있어 후자의 능력이 훨씬 더 요구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밀유지'는 업무와 관련하여 얻은 개인정보를 잘못 다루어 구성원 간 오해와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이 부분은 일종의 인권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우리사회를 엄습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억압구조를 보면 이의 중요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미디어법의 강행 통과나 언론장악 시나리오를 통해 시도되고 있는 편 가르기 식의 분열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망국적 행위일 뿐이다.

자연에 순응하고 호흡해야

'일관성'은 정책추진방향의 의지에 관한 사항이다. 리더가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우왕좌왕 흔들린다면 지지자들로부터의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끝내는 좌초하고 말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현 정부는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탁월한 '소질'을 가지고 있다. 그게 국민들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막무가내 밀어붙이기식의 행태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 추위가 얼마나 더 오래 가랴. 자연현상은 자연현상일 뿐이다. 시간이 가고 계절이 바뀌면 또 그에 맞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 인간은 보다 겸손한 자세로 자연에 순응하고 호흡해야 한다. 지도자는 지도자대로,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이러한 진리를 거슬러 역행할 때, 이 추위보다도 혹독한 재난으로 인간을 심판한다는 것이 자연이 주는 교훈임을 왜 모른단 말인가.


▲ 김홍성 청주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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