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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대하장편소설 '금강'제 2부 6장 화려한 상봉 196회 <장기팔 부부에게 절을 시훈 형제>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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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1.21  15: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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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류상영>

"아부지 말이 틀린 말이 아녀. 일년 내내 대목 때처럼만 염색을 한다믄 벌써 떼부자가 됐을껴. 그릏지만 니덜이 염색을 했을리는 읎고, 대관절 먼 장사를 했는데 명절 때 고향에 내려 올 시간이 읎을 정도로 바빴덩겨. 남들은 대전산다, 부산산다, 서울산다고 해도 명절 때가 되믄 새옷을 입고 내려와 설랑, 아부지한테 새배를 온다, 떼를 지어서 산소를 간다, 밤이 새도록 윷놀이를 한다, 재미삼아 화투를 친다 함서 웃고 떠드는데. 우리 집구석은 자식이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있음서 꼴아지도 안 보잉께 내 맘이 워쩌겄어. 니 애비는 화딱지가 나서 술만 마시고 있지. 나도 속이 상해서 잠은 안 오지 항께 방구들이 타도록 군불을 땐 방에서도 맘이 추워서 그른지 찬바람이 한데츠름 부는데……"


날망집은 목이 매여서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콧물을 훌쩍이며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지발 청승 좀 고만 떨고 오랜만에 만난 자식들 말 좀 들어 보자. 에이! 이럴 줄 알았으믄 나 혼자 올라오는 긴데……"


장기팔도 눈물이 나오려고 콧등이 시큰거렸다. 일부러 날망집을 꾸짖으며 옆으로 슬쩍 돌아앉아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는 척 하면서 슬쩍 눈물을 찍어냈다.


"당신 눈에는 내가 청승 떠는 걸로 뵐지 모르지만 내가 이날 이쩍까지 워티게 살았슈? 내가 학상장에 가서 맘 놓고 십 환짜리 국시 한 그릇 사 먹었은 적이 있다면 천하에 쥑일년유. 맛난 거만 봐도 자식 생각, 즈 어미를 따라 댕기는 마당의 뼝아리만 봐도 자식 생각, 또랑물에 빨래를 하다 놀고 있는 물괴기만 봐도 자식 생각, 비만 와도 자식생각, 둔너 자다가 바람만 크게 불어도 야 들이 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열어 본 것이 한두 번도 아니고 수십 수백 변유……"


"어머, 죄송해유……"


시훈은 날망집이 숱한 밤을 잠 못 이루고 피를 말리는 고통 속에 살게 한 원인이 내 책임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팅께 인자 그만해유."


경훈은 가슴이 찡했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날망집의 눈물을 닦아주며 축축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그려, 인자 니덜이 워티게 살고 있는 줄 내 눈으로 직접 확인 했응께 안심할란다. 그랑께 어여 말을 해 봐라. 대관절 먼 장사를 했는데 대목 때 그릏게 바빴던겨? 그 때는 시방츠름 쌀장사를 안했고 했잖여."


날망집은 콧물을 삼키고 눈물을 말끔하게 닦았다. 경훈이 앞으로 바짝 당겨 앉으며 얼굴을 다시 한 번 쓰다듬으며 물었다.


"허허! 당신은 좀 가만히 앉아 있어 봐. 야기라는 것이 순서가 있는 벱이잖여. 오늘 당장 집으로 내려가는 것도 아닝께 지발 입 좀 다물고 야기 좀 들어 보자."


"큼! 쌀장사는 돈을 벌어서 시작한 거유. 그 전에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담

배하고 화장품을 받아서 야매꾼들한테 넘겨주는 일을 했슈. 그게 벌이가 대단해유. 워쩔 때는 하루에 만 환을 버는 날도 흔하고……"
"미……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담배라믄 양담배를 말하는 거여?"


장기팔도 미군부대에서 몰래 빼 낸 물건을 유통시키면 큰돈을 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건 분명 도둑질이다. 이거, 보통일이 아니구먼. 이라는 생각에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른 셈이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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