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6장 화려한 상봉 198회 <기뻐하는 장기팔>

▲ <삽화=류상영>

날망집보다 장기팔이 놀라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시훈을 바라보고 물었다.


"그릏지 않아도 이따가 그 야기를 할라고 했슈."


"난도 돈만 있으믄 군대 안간다는 방법이 있다는 말은 들은 거 가텨. 그릏지만 그건 부자들이나 알고 있는 방법인데 시훈이 니가 워디다 돈을 써야 하는지 워치게 알고 돈을 쓴겨?"


"나는 몰랐슈. 경훈이가 워티게 알았는지 군인중에서 높은 사람을 만나서 돈을 썼나뷰."


"시훈이 너는 경훈이 보다 형인 거시 세상 물정은 경훈이 보담 모르는 것 같구먼. 아! 돈만 있으믄 세상에서 못할 것이 머가 있냐. 다 죽어 가는 사람도 돈만 있으믄 살릴 수 있는 벱여. 그기 빽이라는 거다. 빽!"


날망집은 경훈의 구체적인 말을 듣고 나니까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경훈의 손을 잡고 만세라도 부르듯 번쩍 치켜들며 빽! 빽! 거렸다.


"빽도 중요하지만 주먹도 중요해유. 옛말에도 있쥬. 법보다 주먹이 가찹다고 말여유. 그래서 저는 맨날 아침을 먹기 전에 당수 도장에 댕기고 있슈."


"옛말에 법보다 주먹이 가찹다는 말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요새 세상에는 주먹이 있어야 행세를 한다는 말은 들었구먼. 이발소직원 팽씨한테 들은 야긴데 그 머셔, 이정재며 유지광이나 임화수 같은 이들은 서울서 유명한 건달이라고 하는데 경찰도 함부로 못 건든다고 하드라. 당수라믄 그 머셔. 손바닥 날로 빨간 벽돌도 깰 수 있다는 그른 운동을 말하는 거냐?"


장기팔이 이건 또 뭔 조화여! 라는 생각으로 물었다.


"맞아유, 바로 그런 운동유. 시방은 파란띠자만 껌억띠만 따믄 웬만한 놈들 서넛 은 손바닥 하나로 날려 버릴 수가 있슈."


"니 말을 듣고 봉께 서울 같은디서 살라믄 주먹도 있어야 겄드라. 하지만 엄한 사람들을 괜히 쓸데없이 패지는 마라. 엄한 사람 뚜들겨 패믄 감옥가가 딱 좋응께. 내 말은 암만 당수를 잘해도 사람을 패지는 말란 말여. 알겄지?"


날망집이 걱정된다는 얼굴로 말했다.


"짜장면 왔습니다!"


장기팔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백씨가 신문지로 덮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짜장면도 서울 짜장면이 참말로 맛있구먼. 지난달인가 읍내에 있는 영산각인가 하는 데서 짜장면하고 같이 먹었던 이기 머쥬?"


"탕수육이지 머여."


"그려, 이 탕수육하고 먹었었구먼. 부면장이 지난번에 민의원 선거에 나왔었잖여."


"나가믄 머해유. 떨어졌는데……."


경훈이 장기팔 잔에 고량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으메, 니가 그걸 워티게 아냐? 영동에 왔을리는 읎고?"


"하하! 신문에서 봤슈. 신문에서 봉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드라구유. 그래서 면장댁 이병혼가 하는 냥반 속 좀 씨리겠구나, 라고 생각했쥬. 선거에서 떨어진 부면장이야 지 능력이 거기까지 안 됭께 하는 수 읎다지만, 이병호 그 냥반 남 잘 되는 거 못 보고 이우지가 굶어 죽는 한이 있드라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사람이잖유. 민의원 후보로 나서서 선거를 할라믄 안 써도 및 백만 원은 썼을낀데 잠이 오겄슈."


경훈은 영동 소식이 궁금해서 신문을 본 것은 아니다. 서상철이 경찰에 신고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을 봤다. 그러다 우연히 이동하가 민의원 후보로 나왔다는 것도 알았고, 낙선을 했다는 기사도 읽었다. 시침을 떼고 큰 소리로 웃으며 고소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돈 많이 썼을껴. 영동국민핵교에서 선거 유세가 있는 날 굉장하드라. 좌우지간 십 개 면 사람들이 죄다 영동으로 나옹겨 가텨. 더구나 그 날이 영동 장날이였잖여. 식당마다 사람들이 한 여름 뒷간에 귀데기들처름 바글바글했다믄 말 다 했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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