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도급구조 선진화

행정안전부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를 전면 시행한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건설업이 선진국 수준을 넘나드는 다른 산업분야와는 달리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국민들로부터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라는 지탄을 받게 된 것은 해방 이후 수십년 간 지속되어온 부조리한 하도급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도급자가 발주자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후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기존의 다단계 도급방식은 하도급자에 대한 원도급자의 횡포와 착취, 비자금 조성과 이로 인한 공사 품질 저하, 전문건설업체의 연쇄부도 및 이에 따른 영세 서민 건설근로자의 생계와 복지 위협 등 숱한 부조리와 비리를 야기해왔음은 건설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공사 도급구조 선진화

이처럼 심각한 각종 부작용을 빚어온 공사 도급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 그 동안 관계와 학계, 업계의 뜻있는 인사들은 '주계약자 공동도급제'와 같은 선진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으며, 전문건설업계도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이의 관철을 주장해 왔지만 그때마다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원도급업자, 즉 종합건설업체들의 반발과 로비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놓치지 않으려는 극심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원도급자의 반발은 그 뿌리가 워낙 깊고 단단히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 동안 우리 건설업이 이룩해온 화려한 발전은 다단계 도급구조에서 야기된 전문건설업자와 건설근로자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이번에 전면 시행키로 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는 이런 뿌리 깊은 다단계 도급제도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우리 전문건설업자들은 어느때보다 기대에 차 있으며 고무되어 있다.

종전에는 대부분 하도급자로 공사에 참여했던 전문건설업자들이 이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발주자와 직접 계약(공동도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 품질 향상 기대

이로 인한 장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하도급업자를 통한 원도급업자의 비자금 조성이 불가능해져 그 비용만큼 공사품질이 향상될 것이며, 여태까지의 원도급자와 하도급자라는 수직적 공사도급방식이 공동도급이라는 수평적 구조로 전환돼 '상생'의 기반이 확고해지게 될 것이다.

또 전문건설업자들이 발주자와 바로 계약하게 됨에 따라 종합건설업체가 부도가 나더라도 공동도급에 참여한 전문건설업자들은 연쇄부도를 면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혜택은 수많은 건설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과거보다 더 안정적으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가뜩이나 새로운 법규와 제도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판에 전문건설업자들이나 좋아할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를 이 귀한 지면에 왜 소개하느냐는 독자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감히 단언컨대, 30년 가까이 건설업을 영위해온 필자로서는 이 제도야말로 우리 건설업을 선진화하고, 나아가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건설업이 사랑받는 산업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한 획기적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믿는다.

또 이처럼 소중한 기회가 우리 전문건설업계에 주어진 이상, 전국 5만 전문건설업체를 대표하는 단체를 이끌고 있는 필자가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필자 자신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좋은 제도를 국가가 만들어주었는데 우리가 잘못해 유야무야한 것이 되도록 한다거나, 종전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전문건설업체가 져야 하기 때문이며, 우리 건설업은 후진성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 때문이다.

▲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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