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가 그제 통합민주당을 탈당하고 이른바 제3지대 신당에 합류했다. 지난 `4.25재보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무안·신안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꼭 3개월 만이다.

당시 일부 민주당원들은 김 씨가 비리사건 연루자인데다 아버지의 지역구를 세습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극력 반대했다. 그럼에도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도부는 김 씨를 전략공천 했다. 하지만, 김 씨는 당을 버렸다.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건 허울로 보인다. 정치도의상 `배신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김 의원의 탈당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대단한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즉, 김 의원의 탈당이 김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읽힌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지난 주말 김 전 대통령에게 탈당 의사를 밝혔고, 김 전 대통령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잘 판단해서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범여권 대통합은 김 전 대통령의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늘 범여권이 하나로 통합해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로 가야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김 의원의 탈당을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스스로 판단한 결과`라고 보는 이들이 거의 없는 까닭이다.

김 전 대통령이 이처럼 `대통합`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얼까. 성과에 대한 집착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켰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햇볕정책에 대단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성과들은 범여권이 대선에서 승리해야 지켜낼 수 있는 가치로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훈수정치`로 정치판을 흔들어 놓으려 한다면 정치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부적절한 현실정치 개입`은 옳지 않다. 김 전 대통령은 `막후 영향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자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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