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부, 카스의 전통민속마을에서

▲ 1.마을마다 있는 청진사 2. 지붕에서 바라본 민속마을 3. 전통가옥의 모습 4. 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장인 5.음식을 만들고 있는 여인 6.바느질을 하는 위그루족 여인 7.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폼을 잡고 8. 현대화된 도로와 당나귀 마차
비행기 정비로 우루무치의 천산천지를 처다 보지도 못하고 카스갈 전통마을을 찾아보고 있다. 한국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민속마을은 지정된 민속촌이나 문화재단지 등을 찾아가야 옛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나마 드라마 촬영장 보 듯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모습이나 이곳 카스갈 민속마을(전통마을)의 집들을 모두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실제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카스갈 시내 몇 곳에 전통마을을 조성해 놓고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모양이다. 전통마을을 돌아 보다보면 이따금 대문 위에 그 집이 어떤 장인의 집이라는 그림 안내판이 걸려있다. 주로 수공예품을 만들거나 전통음식을 만드는 집이라는 표시이다. 장인이 집에 살면서 동판을 두드려 동제품을 만들거나 가죽공예품이나 전통악기 등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을 뿐 이곳에서 직접 살 수 없고 상품은 판매장을 통해 판매한다고 한다. 아마 제작자와 판매자들을 모두 고려해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전통마을에서도 마을길을 가다 보면 이슬람 사원인 청진사가 여러 곳에 보인다. 한마을에 여러 개의 사원이 있어 번호로 청진사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도 마을마다 뾰족한 교회 탑이 십자가를 들고 서있는 모습을 많이 보는 것처럼 실크로드의 마을을 돌아보면 이슬람 사원인 청진사가 쉽게 눈에 띄고 사원의 탑 꼭대기에는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을 조각해올려놓고 있다.
전통가옥은 흙을 재료로 만든 집으로 대부분 2층 구조로 돼 있고 흙과 나무기둥을 이용해 방과 거실을 만들고 회벽에 작은 창문을 내어 채광을 하고 있다. 방안을 살펴보니 벽난로도 없고 온돌도 아니고 난방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가이드에게 물어본다는 것이 깜박한다. 외적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함인지 작은 평수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이어지고 있는 형태의 마을구조를 이루고 있다. 작은 규모의 집이다 보니 정원은 매우 작을 수 밖에 없지만 작은 공간 사이에 화분을 놓고 꽃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부엌자리 위로는 오랜 시간 불을 피워 음식을 조리한 흔적으로 연기에 그을린 모습이 검게 남아 있어 가옥의 구조만 조금 틀릴 뿐 예전 우리네 시골집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의 시골집은 지붕이 a자형이나 위구르족들의 집은 지붕이 평평해 지붕에 물건을 올려놓거나 곡식을 말리며 다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붕 위에 올라 위에서 바라보면 온 동네가 다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 500년이 됐다고 하는 이집은 어떻게 유지가 됐는지 궁금하다. 60년대 우리들의 시골 마을들도 대부분 흙벽돌로 만든 토속적인 모습의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민속마을에서 가옥구조를 살펴 보다보니 1995년 봄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밧 산행 중에 볼 수 있었던 산간오지 마을에 살고 있는 이슬람 사람들의 집짓던 일이 생각난다. 산비탈을 다듬어 평평한 집터를 만들고 그 위에 사각형으로 흙벽돌을 쌓고 창문을 낸다. 사각형 벽 위에 곧고 긴 미루나무를 잘라 길게 걸쳐 놓고 그 위에 작은 나뭇가지로 덮은 뒤 흙으로 발라 평평한 지붕을 만들고 한쪽에 굴뚝을 내어 연기가 나가도록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이 들어가는 문은 하나인데 문 앞에는 옷이 한두 가지 걸려있고 구석에는 주방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간단한 취사도구 냄비 같은 것이 걸려 있었다. 겨울추위가 심한 지방에서는 사람과 짐승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기도 한다. 한반도의 산간 북쪽 지방에도 한 지붕 아래에 외양간을 만들어 짐승과 함께 살아가는 구조가 있었다. 가옥의 구조도 자연조건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전통마을의 이집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동으로 된 주전자를 만드는지 작은 망치, 큰 망치로 두드리고 잘라서 줄로 밀고 갈아가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다. 주전자의 뚜껑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무리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집의 평평한 지붕위에서 내려다보니 주인아주머니가 지붕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 있는 주방에서 면을 볶아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어떤 음식을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노란색의 면과 음식의 향을 보아 카레국수가 아닌가 싶다.
민속마을의 가정집에서 평평한 지붕위로 올라가니 이웃집 안방까지 건너다 보여 가끔 지붕위에 올라가 건너편을 바라보며 이웃집의 살림살이들을 훔쳐보는 재미를 즐기고 있으니 웃음이 나온다.
대부분의 집들이 간단한 가구들로 단초로운 생활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집집마다 카페트가 거실에 깔려있다.
언덕으로 오르는 마을의 고샅(골목과 삽작문이 만나는 지점, 제주도 방언으로 올레라고 부른다)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떠들썩하게 들려와 한 가정집을 들어가니 마루에 앉아 차분한 자세로 바느질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 한분이 보인다. 마치 예전의 우리 어머니들이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는 마루에서 한복을 곱게 입고 바느질을 하던 그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데 현지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남편과 이혼을 하고 아이들 세 명과 함께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라고 설명을 하여준다. 이슬람 사람들은 이혼을 하면 여성들이 아이들의 양육을 책임지는 것인지 이들의 삶의 방식 속에 여성들은 혼자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던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진을 한 장 남겨본다. 아마 이집을 전통가옥으로 선정을 해 관광수입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 옆의 아이들은 이런 것 저런 것 모르는 철부지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작은 정원을 뛰어 놀고 있는데 사진을 찍고 사진기 화면에 뜨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몇 번이나 사진을 찍고 보여 달라고 조르고 있다. 철부지 아이들이 무탈하게 잘 자라주길 바라고 싶다.
적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수단으로 보여 지고 있는 좁은 골목길 사이에서 아주머니 몇 분이 쪼그리고 앉아 무슨 말들이 오고가는지 이야기꽃이 한창 피어난다.
마을은 집과 집 사이가 골목길이 되고 있는 울타리가 거의 없는 형태로 구성돼 우리들의 시골마을이 집이 있고 울타리가 둘레에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회랑 같은 통로를 통해 마을로 들어가도록 설계를 한 것이 이채롭다.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 작은 당나귀 마차가 좁은 골목길을 올라오며 길을 막고 있다. 그 모습이 고향마을인 칠성면 못안 마을의 좁은 고샅길을 겨우 오고가던 달구지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가을철 볏짚을 잔뜩 실은 소달구지가 좁은 골목길 언덕에서 소와 사람이 실랑이를 하던 모습을 자주 보았다. 이곳 민속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현대화된 도로가 보이고 몸집이 작은 당나귀가 마차를 끌고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전통마을인 이곳에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크로드를 따라가며 아직도 교통수단으로 낙타와 말, 당나귀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사막지형에서는 낙타가 유용하고 초원지대에서는 말을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오아시스 지대에서는 특별히 당나귀를 많이 이용하고 있는 모습인데 지형적으로 많은 이동을 하지 않고 몸집이 작으나 힘이 좋은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당나귀에 얽힌 이야기 하나 옛날에 당나귀와 사람의 수명이 60년 정도로 같았는데 당나귀가 죽어 염라대왕 앞에 가자 인간세상에서 당나귀로 사는 것이 너무 힘이 드니 수명을 20년으로 줄여 달라고 사정해 20년으로 줄여 줬다고 한다. 이곳에서 보는 당나귀의 모습은 두 귀를 세운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심한 표현으로 혹사당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당나귀 없는 실크로드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이는데 농사를 짓거나 어디를 가거나 무엇을 운반하거나 당나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겠다는 느낌이지만 머지않아 자동차에게 그 자리를 물려줄 것 같다. 또 당나귀 고기가 참새고기 다음으로 맛이 좋은 육질을 갖고 있다 하는데 이슬람 사람들은 돼지고기와 당나귀고기를 먹지 않는 관계로 맛보지는 못하였고 한국에서는 식용으로 당나귀를 수입해 사육을 하고 있다 한다.
불교의 윤회설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죽어서 당나귀로 태어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곳의 당나귀들은 혹사를 당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교통운반 수단인 것 같다.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카스의 민속마을을 돌아보며 우리가 살아왔던 옛 모습들이 현대화속에 떠오르는 추억처럼 머릿속을 오고 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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