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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2부 6장 화려한 상봉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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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1.31  17: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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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류상영>

이건 분명 무언가 실수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눈만 꿈벅꿈벅거리며 마이크를 잡고 있는 교감을 바라보았다.

"박진규 교감선생님이 부르시는 말 안 들리능겨?"

학생들 앞에서 손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고 있던 김 선생이 두 눈을 말뚱말뚱거리고 있는 진규를 불렀다.

"진규야, 너 삼 등이랴."

"어려! 이상하다. 진규가 왜 삼 등이여."

"글씨 말여 내가 생각할 때는 우리반 박진규가 젤 잘 한 거 같은데."

진규는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나 기가 막혀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이건 머가 잘못돼도 엄청나게 잘못 된 거여. 왜 내가 삼등을 해야 하는데. 생각 같아서는 상을 안타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눈물을 닦으며 일어나서 느릿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갔다.

"박진규, 빨리 뛰어 나오지 못하겄어."

"알겄슈."

진규는 김 선생이 노려보는 표정에 어쩔 수 없이 뛰는 걸음으로 교단 앞으로 갔다.

"이 등은 육학년 최수용."

"네!"

진규는 이 등을 부르는 교감의 말에 죄를 지은 것처럼 뒤통수가 뜨끔뜨끔 거리는 것 같았다.

"일 등은 삼학년……"

일 등을 호명하려는 교감의 말에 전교생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진규도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장을 바라보고 있지만 귀는 교감을 향해 활짝 열려있었다.

"이승철!"

"네."

교감이 일 등으로 승철을 호명하자 전교생은 멍한 눈빛으로 벌떡 일어서는 승철을 바라본다. 상고머리에 체크무늬의 승철은 지난 오월에 민의원에 출마를 했다가 떨어진, 그 이전에는 학산면사무소의 부면장이었던 이동하의 아들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는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츠! 워째서 자 가 일 등이랴?"

"선생들 와이로 먹었는개비구먼."

"그려, 뭔가 있응께 콧물 질질흐르는 삼 학년짜리가 일 등이지."

"야! 박진규는 참말로 미치고 환장하겄거구먼."

"그랑께 요새는 빽이 있어야 하능겨."

"조용히 햐. 떠드는 놈은 운동장 열 바퀴 돌린다!"

"거기 뉘여. 너 이놈 자꾸 떠들래?"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다 앞에 서 있는 담임들이 인상을 쓰며 발을 굴렀다. 그때서야 아이들은 입술을 삐죽거리기도 하고, 담임 모르게 콧방귀를 끼며 입을 다물었다.

진규는 세 번째로 교단 위에 올라가서 상장과 부상으로 노트 한 권을 받았다. 육학년이 일이 등을 했더라면 그런 데로 억울한 기분을 참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일 등 상을 승철에게 줬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분해서 다음부터는 절대로 웅변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에, 날씨도 더운데 운동장에 퍼질러 앉아서 웅변을 듣느라고 고생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운동장에 앉아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여러분 들 보담, 오늘 이 웅변대회에 출전을 하기 위하여 일주일 전부터 불철주야 노력을 마다한 출전한 학생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 바란다. 어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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