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수도권정책에 몰입하는 것 같아요.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충청도 같은 지방은 안중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 그렇습니까."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충청도가 뉴스의 한복판에 서면서 적잖은 지역민들이 내뱉는 말이다.
정치인도 이를 거론했다. 지난 1월 25일 음성에서 열린 '세종시 수정안 규탄 및 혁신도시 원안 건설 촉구대회'에서 민주당충북도당 이시종 의원은 "만일 세종시가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추진됐더라도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오겠느냐. 한 마디로 충청도를 우습게 아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기야 이런 볼멘 소리가 마냥 허튼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수도권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충북에서는 대표적 기업인 하이닉스반도체 증설 문제를 놓고 한 때 지역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었다.
수도권규제완화는 수도권 우대와 맥을 같이 한다. 지방 우선 정책이 수도권 우대 정책으로 바뀐 것으로 지역민들은 받아들이고, 실제 그렇게 이해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정책의 우선 순위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옮겨간 것으로 그만큼 수도권 우대, 지방 홀대인 셈이다
그래서 이 정부에서 충청도가 정말 우선순위에서 밀린, 무시(?)해도 괜찮을 지역세(勢)인가 이런저런 자료를 뒤적여봤다. 그 하나로 투표권자(선거인수)를 들춰봤다. 투표처럼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게 없으니 우대냐, 외면이냐의 바로미터로 삼을만하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때 대전과 충남·북 선거인수는 377만7830명으로 전국의 10%였다. 반면 서울과 인천, 경기를 모두 합친 수도권은 1827만9694명으로 전국 대비 48.5%였다. 나라 전체의 절반과 10분의 1인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똑같았다. 어찌 그리 약속이라도 한듯 충청권은 정확히 10%에 머물렀고 수도권은 48%대였다. 이쯤되면 "충청도와 손 잡는 것보다 수도권의 민심을 붙잡는 게 정부로서는 더 수지가 맞는 것 아니겠느냐"는 지역민들의 볼멘 소리가 그냥 빈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누구는 한 술 더 떠 지난해 10·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수도권에 정성을 쏟았지, 충북에는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좀 더 재미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달 한 방송사의 세종시 관련 여론조사에서 "세종시 문제가 차기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5.5%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가 이 방송사의 보름 전 여론조사 때보다 3.4%포인트 떨어진 반면 한나라당 지지도는 8.1%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수정안으로 수도권 표심에 구애한 한나라당이 재미(?)를 봤다는 얘기다.
이러하니 정부와 한나라당이 수도권과 충청권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고 지적받는 게 무리가 아니다. 지역민들의 더 솔직한 표현은 "이제 정부와 한나라당이 충청도를 버리고, 수도권에 '올인(다걸기)'한다"는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치, 약속을 지키려는 행정이 아닌 그때그때의 여건에 따라 효율성만을 내세운 정부 정책에 지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현 정부가 운명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4대강 사업도 바뀌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역민의 바람을 좀 더 헤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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