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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제2부 6장 화려한 상봉 203회 <이동하에게 전화하는 손문규>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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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2.01  14: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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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류상영>

교장 손문규는 비난의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위엄이 섞인 목소리로 박수를 유도했다. 오백 여명의 학생 중에서 몇몇 만 박수를 치는가 했더니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자, 전교생은 여기 서있는 교감선생님을 따라서 두 손을 이릏게 든다. 그리고 박수를 열심히 친다. 박수!"


보다 못한 교감이 직접 박수치는 흉내를 내보인 후에야 전교생은 박수를 쳤다. 그러나 신명이 나서 치는 박수소리가 아니고 억지로 몇 번 치는 박수소리여서 박수소리는 운동장에서 멀리 퍼져나가지 않았다.


"여러분들은 이 앞이 나와서 웅변을 하는 거시 개나소나 다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단한 용기가 읎는 사람은 절대로 이 앞에 나와서 웅변을 할 수 읎을 것이다. 더구나, 육 학년도 아니고 오 학년도 아니고 삼 학년에 불과한 이승철 학생이 여러분들 앞에서 큰 소리로 웅변을 했다는 거는 보통 일이 아니다. 장차, 영동군에서 최고의 웅변선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에 용기를 주기 위해서 여러 선생님들과 상의를 하고, 또 상의를 해서 일등 상을 준 것이다. 그랑께 그릏게 알고 여러분들도 장차 열심히 웅변 연습을 해서 전교생 모두가 훌륭한 웅변선수가 되길 바란다. 그라고, 오늘까지 사친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은 모두 이 자리에 남고, 나머지 학생들은 죄다 교실로 들어가길 바란다. 이상."


손문규는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성의 없이 박수를 치는 학생 대부분이 사친회비를 밀렸을 거라고 믿었다. 두 번 다시는 쓸데없는 불평을 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혼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웅변대회를 마쳤다.


교장실로 들어간 손문규는 곧장 전화기를 들고 교환을 불렀다. 우체국의 교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자유당 영동군 지구당 사무실을 빨리 대달라고 말했다.


"나, 학산국민핵교 교장 손문규라는 사람이유. 위원장님 기시믄 좀 대 주슈."


손문규는 여자 직원이 이동하를 부르는 소리를 기분 좋게 들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교장 선생님 워쩐 일이유?"


"아이구, 위원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저 학산국민핵교 교장 손문규유."


"알고 있응께 어여 전화 건 이유나 말해 봐유."


손문규는 이동하의 건방진 목소리에 수화기를 노려보며 인상을 썼다. 그러나 이동하에게 잘 보여야 영동 읍내에 있는 초등학교로 전출 갈수 있다는 생각에 금방 해죽 웃으며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


"딴기 아니고, 오늘 저희 핵교에서 팔일오광복절 기념 웅변대회가 열렸슈."


"그래서유?"


"에……거기서 위원장님의 장남이신 승철군이 당당히 일등을 했슈. 그래서 그 사실을 보고 드릴라고 전화를 드렸슈. 요새 엄청 바쁘시다는 걸 뻔히 알면서 말여유."


손문규는 또 다시 수화기를 노려보았다. 사람팔자 시간문제라고 했든가. 이동하가 부면장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상전이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영동군을 책임지고 있는 자유당의 실세다. 비록 민의원은 아니지만 민의원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동하다. 학산을 벗어나려면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굽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 우리 승철이가 웅변대회에서 일등을 했단 말유? 그 놈 장차 정치인으로 키우믄 되겄구먼."


"제가 바로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슈. 지 위루 사 학년, 오 학년, 육 학년 들이 있는데도 당당하게 일 등 한 걸 보믄. 그 머셔, 싹수가 있는 거 아니겠슈. 승철이가 아부지를 닮아서 정치인으로 입문하믄 장차 큰 인물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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