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부, 카스갈의 전통마을과 사원
▲ 1. 전통마을에서 바라본 카스갈의 구시가지 2. 전망 좋은 집에서 3. 젊은 장인이 민속악기 만드는 모습 4. 마을길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사람들 5. 전통마을의 용천수 6. 마을로 올라가는 언덕길 7. 에이티컬 모스크(사원) 정문 모습 8. 에이티컬 모스크(사원) 앞 광장 |
중국 정부의 생각은 어떠한지 모르나 한족의 카스로 만들지 않고 중국의, 위그르족의 카스로 보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카스갈에서 가장 옛 모습을 지키고 있고 카라한이라는 왕궁이 있었다는 이 마을의 전통음식집이라고 소개하는 언덕 위에 있는 한 가정집에 들려본다. 구시가지와 현대화된 거리와 건물 모습이 잘 보이는 전망이 좋은 집에서 카스의 도시 모습을 바라보는 분위기도 괜찮다. 이집의 손님접대 방에서 위구르족들의 전통음식을 먹고 전통 민속주를 한잔 하고 후식으로 하미과(메론)나수박을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침 음식을 만들고 있고 음식 값도 그리 비싸지 않은데 판에 박아 놓은 일정이 아쉽다. 시간이 없어 전통음식은 맛보지도 못하고 시가지 구경을 하며 제철을 맛나고 있는 수박을 한통 자르는데 수박을 자르는 아주머니 손길이 도마와 함께 익숙한 우리의 모습 같다.
위구르인들의 음식을 살펴보면 고기를 많이 먹는데 특히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 같다. 초원이 많아서인지 양고기를 좋아해 버리는 부분이 없이 내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요리해 먹는다고 한다. 주식은 난이라고 부르는 소금을 넣은 밀가루를 반죽해 화덕에 구운 밀빵을 우유나 소금물에 찍어서 먹는데 며칠 먹을 분량을 한꺼번에 만들어 보관한다고 한다. 건조한 지대여서 보관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이들의 주식인 난을 볼 때마다 예전 시골집에서 어머님이 밀가루를 반죽해 홍두깨(밀대)로 밀며 칼국수를 만들 때 끝부분을 얻어 화롯불에 구워먹던 그 시절이 생각나게 한다. 난의 맛이 그 맛인 것 같아 보인다.
파키스탄이나 인도 지방을 배낭여행할 때도 가장 많이 본 음식이 난으로 실크로드지역 서민들의 식사를 보면 주로 우유 차(짜이)에 난을 뜯어 찍어서 먹는 모습이다. 특히 소금을 중요하게 여기며 결혼 예식 중에 신랑과 신부가 '난'을 소금물에 찍어 먹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대중적인 음식인 '난'과 함께 '폴로'라고 하는 우리들의 볶음밥과 비슷한 음식이 있고,'빠오즈'라고 하는 찐만두와 짬봉 국물 같은 것에 수제비를 넣은 '탕판'이라는 음식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양꼬치는 '케왑'이라고 부르며 양고기에 고춧가루와 향료를 뿌려가며 숯불에 구운 것이다. 애주가는 아니지만 케왑을 한 꼬치 손에 들고 위구르인들의 전통술을 한잔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기회가 오지 않는다. 위구르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청진(淸眞·칭전)이라고 부르고 있어 모스크(사원)인 청진사와 혼동하기도 한다. 티벳,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 내륙의 춥고 건조한 사막지형에서 이와 비슷한 음식들을 먹는 것 같다. 실크로드 여행의 기회가 다시 오면 배낭여행을 하며 다양한 음식도 맛보고 이슬람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다.
육칠십년대 어린 시절 쉽게 보았던 농기구와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만들던 대장간이나 닥나무를 삶아 한지를 뜨던 한지공장이나 마를 심어 삼베 옷감을 짜던 모습 등 예전의 민속적인 풍습은 이제 사라지고 박물관이나 민속촌을 찾아가야 볼 수 있다. 이곳 실크로드에는 아직도 옛날방식으로 악기를 만들고 옷감을 짜는 일들이 많이 남아 있어 신구의 어울림이 지금의 정도라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덕길을 내려가다 보니 작은 대문 사이로 한 젊은이가 악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얼핏 보여 관광객에게 개방이 된 집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작은 창고처럼 생긴 작업장에서 잘생긴 청년이 멋진 콧수염을 자랑하며 악기를 만들고 있다. 싱그럽게 웃어주며 반겨주는 청년과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떤 악기를 만들고 있는지 어떻게 연주하는지 물어보고 싶어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도 붙이지 못하고 악기 만드는 모습을 구경만 하고 나와 가이드에게 물어보나 대답이 영 시원치 않다. 자료를 찾아보니 위구르족들이 많이 연주하는 악기로 타악기인 따푸(達甫·손으로 치는 북) 등이 있고 현악기 종류가 몇 개 있다. 전통마을의 악기제작 현장에서 본 악기는 현악기로 현이 두 줄로 되어 있으며 '두타르'라고 하는데 대개의 위구르족 가정집마다 비치돼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만돌린 같은 둥그런 몸통에 곧고 긴 장대를 붙인 모양으로 전체 길이는 120cm 정도가 되는 것 같다.
마을길을 따라 내려가니 길옆에 사람들이 모여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있어 잠시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두타르로 보이는 악기를 연주하는데 가락이 조금은 애절하게 들린다. 관광객들의 위해 설사 인위적으로 연주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들의 전통을 이어가는 내용이라면 우리보다 나은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라는 느낌이다. 위구르족들이 즐겨 연주한다는 유명한 음악들을 모아 편집한 '12무캄(twelve mukams)'이라는 곡이 있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연주하면 20여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들어볼 기회나 있을지 모르겠다. 카스갈에는 지금도 많은 민속무용수들이 있고 위구르 소년 소녀들은 어려서부터 전통 춤을 보고 배우며 자란다고 한다.
마을에는 사람들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지하수가 여러 곳에 있고 버드나무가 물가에 자라며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옛 우물을 보호구역으로 선정해 담장을 만들어 놓을 정도로 중요한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이들이 물가에서 놀고 있다. 용천수는 이들에게 생명수이나 오염이 되고 있는 모습이라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것 같다. 마을공동 우물로 사용하는 우물가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재미있다.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을 때 마을사람들은 개인의 물통이나 항아리를 사용하지 않고 먼저 공용으로 사용하는 물통으로 물을 길어서 개인의 물통이나 항아리에 다시 부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위구르족들의 일상생활에서 집주변이나 우물과 수원지 근처 또는 묘지와 사원 주변, 과일 나무 밑에 서 대, 소변을 보거나 침을 뱉어도 안 되며, 지저분한 물건을 갖고 묘지나 사원에 들어가는 것을 금하며 묘지부근에 돼지우리나 화장실을 만들지 않으며, 묘지 내에서 가축이 뛰어 다니게 한다든지 묘지의 흙을 파내는 일 등을 하지 않는 미풍양속을 지키고 있다 한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내용인 것 같다. 마을의 언덕길을 따라 전통가옥들이 서있는 모습이 친근하게 보이는데 언제까지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위구르족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민속마을을 돌아보니 카슈가르 지역이 지금 정도의 과거와 현대가 어울리는 모습을 간직하며 실크로드의 대표도시로 발전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들은 현대화와 도시화 속에 옛 모습을 대부분 내버리고 아파트와 상가 건물로 들어찬 도시개발 덕분에 전통미가 없는 회색의 도시가 된 아쉬움을 모두 느끼고 있다.
실크로드를 돌아보며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청주도 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뒤따르겠지만 청주읍성과 상당산성을 제대로 복원 정비해 청주의 전통문화를 살려낸다면 천년고도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재가 되어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민속마을을 돌아 나와 에이티컬 사원을 찾아가고 있다. 신강지역의 가장 큰 이슬람 사원으로 이지역의 살아 있는 정신적인 지주가 되고 있다고 한다. 매일 5회의 예배시간에 몇 천에서 때로는 수만 명이 모여들고 있다하니 대단한 응집력이다. 사원 안에 연못은 가끔 불이나 사원을 화재로부터 사원을 구하기 위해 파놓은 것이라고 한다. 사원 앞에 있는 큰 광장 한편에는 바자르도 함께 열려 지붕위에서 보면 사람들이 많아 하얀 위구르족들의 모자만 보인다고 하는데 볼 기회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사원 안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돼 사원 앞부분과 광장만을 찍어 본다.
사원 안을 들러 보아도 별다른 특징은 없어 보이는데 무엇이 이들을 모이게 하는지, 종교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힘을 느끼게 한다.<계속>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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