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가 19일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하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창조하겠다고 밝혔다.손 전 지사는 이날 백범기념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갖기에 앞서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그 동안 내가 지니고 있던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심했다"며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기자회견문 전문>

(서울=연합뉴스) 저는 오늘 한국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기 위해 저 자신을 깨뜨리며 광야로 나섭니다. 백척간두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심정으로 새로운 정치질서 창조의 길에 저 자신을 던지고자 합니다.
며칠 동안 산에 올라가서 새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깊은 산중에서 밤을 지새보니 어둠은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고, 들리는 것은 거센 바람소리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어디서 새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람이 그치면, 얼음 아래서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동쪽 하늘이 환하게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알을 깨고 나오는 작은 새를 생각했습니다. 고통이 없으면 창조도 없고, 버리지 않으면 새 길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친구들과 동지들이 저에게 좀 더 편안한 길, 안전한 길을 권했습니다.
100일 민심대장정 때 국민의 바다 속에서 깊이 느꼈던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 그리고 그 분들의 삶 속에 배어있는 눈물과 꿈을 떠올렸습니다.
결국 망설임없이 더 어려운 길, 더 험한 길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그동안 제가 지니고 있던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간 한나라당을 바로잡고, 새 기운을 불어넣어 미래, 평화, 통합의 새시대를 여는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패했음을, 그리고 저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솔직하게 자인합니다.
한나라당은 원래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30년 군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만든 정당의 후신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만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변화를 위한 고통을 거부하고, 통합과 상생의 길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때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 조차 대세론과 줄 세우기에 매몰되어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제는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의 낡은 구조 그 자체입니다. 집권세력의 실정이 거듭되고 여권이 지리멸렬 상태에 빠지자, 한나라당도 대세론에 안주하며 구태정치, 과거회귀의 방향으로 쏠려가고 말았습니다.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서로 얽혀 한국정치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정당의 건강한 자기혁신과 미래지향적인 정치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낡은 정치의 틀을 깨뜨리기 위한 고통스런 도전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만 새로운 정치가 창조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때의 돌팔매를 피하려고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는 없습니다. 한나라당을 위해 순교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한 순교를 선택하겠습니다.
당파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나라만을 생각한 백범의 정신을 따르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21세기의 주몽이 되겠습니다. 주몽이 왕자들과의 패자경합을 포기하고 부여를 떠난 것은 부여가 낡은 가치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몽은 새로운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나라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고구려를 건국했습니다. 주몽이 부여를 떠난 이유, 그것이 지금 제가 한나라당을 떠나는 이유입니다.
국민여러분, 지금 한반도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정치를 비롯하여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발시대적 발상과 낡은 좌파적 발상으로는 세계의 강자로 떠오르는 동북아 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기는 커녕, 죄어오는 샌드위치 경제 상황을 돌파할 수 없습니다. 다가오는 북미수교와 한반도 안보질서의 재편은 기존의 고정관념과 발전전략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입니다.
한반도에는 바야흐로 새로운 문명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형태가 바뀌고 생각의 틀이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창조적인 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동북아 시대에 통일된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 채비를 할 때입니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문예부흥을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한반도 대전환의 시대, 신문명의 시대에 창조적인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 세계경제를 끌어넣고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아가는 과감한 전략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평화롭게 상생발전하는 한반도를 위한 평화경영 전략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그 속에서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공동체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합니다.
과거의 길로는 번영은 커녕 생존마저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희망찬 한반도를 위한 대개조의 길로 나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새로운 꿈과 열정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정권교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정권교체로는 안됩니다. 그것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면 더욱 안됩니다.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판치는 낡은 정치구조 자체를 교체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조하겠습니다. 이제 갈가리 찢겨진 우리 국민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고 대한민국의 새출발, 한반도 대개조를 위한 당찬 비전으로 무장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창조되어야 합니다.
미래, 평화, 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인 주도세력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바치겠습니다. 이를 위해 나 자신을 버리겠습니다.
작은 기득권을 부여잡고 따뜻한 알 속에 있기보다 창조를 위한 찬바람 앞에 저를 내몰고자 합니다.
어떤 돌팔매도 감수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받은 영광과 명예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진정으로 만천하의 인재가 모이고 국민과 함께 꿈을 나누는 대한민국 드림팀을 창조하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칠 것입니다.
저는 그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드는데 기꺼이 한알의 밀알이 될 것입니다.
내가 대학 강단을 떠나서 정치권에 들어올 때, 제자들에게 한 말, "내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말고, 내가 무엇을 하는가를 지켜봐달라", 저는 이제 이 말을 국민들에게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국민의 위대한 저력이 다시 활짝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다면 저는 어떠한 고통도 기꺼이 감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孫 `결단 왜 나왔나..새판짜기 주목

소장파.黨체질에 실망..대선지형 변화 불가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19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탈당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불참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한 분위기다.
스스로 한나라당의 중심이라고 공언해 온 손 전 지사의 결단은 단순히 대선주자 한 명의 경선 불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경선 불참 선언이 추후 탈당의 예고편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이런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 전 지사의 경선 불참은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이른바 빅3의 한 사람이+었지만 40%대의 압도적 여론지지율을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20%대의 탄탄한 지지세력을 갖고 있는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는 것.
최근 지지율이 다소 올랐으나 단 한번도 10%선을 넘지 못하면서 본선 경쟁력은 차치하고 예선인 당내 경선에서도 승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경선 룰과 특정 대선주자의 구태정치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지지율 한계가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당내 진보.개혁 세력으로서 초선 의원들의 싸늘한 반응이 경선 포기를 부추긴 큰 요인이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손 전 지사가 칩거 첫날 머물렀던 낙산사 주지인 정념 스님과 측근들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칩거중 "초선 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줄 알았는데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경준위에 투입할 자신의 대리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초선 의원들이 일제히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당 안팎에서는 손 전 지사의 경선 불참 선언이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승산이 없는 게임에 섣불리 끼어들어 대선 출마의 여지를 스스로 없애는 결과를 초래하기보다는 박(朴)-이(李) 양대 대선주자의 낙마 시나리오 등 돌발변수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탈당 가능성까지 열어둠으로써 향후 `제3지대에서 세력규합에 나서 정치권 새판짜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현재의 3각 구도가 깨질 경우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내 대표적 진보성향의 대선주자인 손 지사의 이탈은 한나라당의 보수 이미지를 굳혀 중도진영의 표심을 등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다 흥행 측면에서도 마이너스라는 지적이다.
특히 구여권에서 손 전 지사를 향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온 만큼 자칫 한나라당에 현격히 기울어 있는 대선지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千正培) 의원이 18일 "손 전 지사가 탈당해서 대통합신당을 만드는 데 참여한다면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당이 발끈하고 나선 이유다.
당 핵심 당직자는 "손 전 지사의 경선불참 선언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지만 향후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힘들 것"이라며 "그러나 어떤 방향이 됐던 대선구도의 방향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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