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 주민들이 '세종시'와 '통합' 문제로 극히 혼란스럽다. 한 사안을 놓고 반박에 재반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어떤 게 진정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커녕 점차 관심조차 멀어져 이젠 아예 무감각해지는 지경까지 왔다. 찬성-반대 측의 끊없는 설전이 정작 결정권을 갖고 있는 평범한 주민들에게는 특정인들의 '이전투구'로 비쳐지면서 관심은 고사하고 식상한 일이 된 것이다. 청주·청원 통합 문제로 이달곤 행안부장관이 청주를 방문한 날 열쇠를 쥐고 있는 청원군의회가 장관과의 간담회를 거부했고, 같은 날 행정도시 혁신도시 무산저지 충북비상대책위원회는 청주시내 한복판에서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한 홍보 발대식을 갖는 등 지역이 연일 시끄럽다. 이렇게 가다가는 자칫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 무산된 장관과의 간담회
이 장관 등이 6일 충북도청을 방문, 9개 정부 부처 장관과 정우택 충북지사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청주·청원이 통합되면 10년간 2523억원의 보통·특별교부세를 지원하겠다며 주민 설득에 나섰다. 이 장관은 4개의 행정구 설치는 물론 4개 행정구청을 청원군 지역에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법적 근거가 필요한 지원 사항은 '지방자치단체 통합 및 지원특례법안'에 이미 반영했고,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7개 부처 실·국장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행 약속을 지켜야 할 사항은 '이행보증협약'을 체결해 행안부와 충북도가 보증하고, 통합 결정 때 청주·청원 통합시 발전위원회에 행안부와 충북도가 함께 참여해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 상황을 점검·공표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날 가장 큰 관심사였던 이 장관과 청원군의회의 간담회가 끝내 무산되면서 맥이 빠졌다. 군의회가 간담회를 최소 1시간 이상 심도있게 대화로 진행하고, 토의 내용을 언론에 적극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참석'을 결정했지만 행안부에서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자 참석 자체를 '보이콧' 해버린 것이다. 앞으로의 추이도 안갯속이 됐다. 통합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간담회가 무산되자 벌써부터 통합이 아예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섣부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 청주·청원은 제자리 걸음
다른 지역은 어떤가. 경남 창원·마산·진해시는 통합시 명칭·청사 소재지 공모까지 끝냈다. 일주일 간 진행된 공모에 5만4000여명이 응모할 정도로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 속에 오는 19일 최종 결정만 남겨 놓고 있다. '쇠사슬'까지 등장했던 성남시의회의 의결 뒤 통합 절차가 본격 추진되고 있는 경기도 성남·광주·하남시는 통합준비위원회와 자문단이 설치됐다. 3개 시 별로 통합시 명칭 공모도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통합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던 이들 지역은 오는 7월1일 광역시급의 '메가시티' 탄생을 예고하고 있지만 도넛 형태의 기형적인 행정구역으로 인해 통합의 시급성과 당위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청주·청원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청주시 일부 공무원들은 통합을 전제로 추진단과 늘어날 자리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반면 청원군에서는 통합 무산을 기정 사실화하며 6·2 지방선거에 군수 출마를 염두에 두는 등 양 지역 공무원들조차도 '동상이몽'이 뚜렷한 데 진척이 있겠는가. 제대로 추진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통합이든, 무산이든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 목소리 큰 사람들 틈에 낀 대다수의 일반 주민들은 이젠 식상함을 넘어 지겨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을 끌다가는 찬-반 측의 감정의 골만 깊어져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만 남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통합'이 되든, '무산' 되든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시라도 빨리 끝을 봐야 한다. 청원 출신 청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거는 간절한 기대다.

▲ 김헌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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