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신학기부터 시행되는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따른 교사의 수업공개 활성화 세부 추진 계획이 각 학교에 시달되었다. 면밀히 살펴보면, 학부모, 동료교사 등에게 학기당 2회 이상 수업을 공개함으로써 수업에 대한 교사의 자신감 도출 및 궁극적으로 학생?학부모?교사의 학교교육 만족도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형식적으로는 평상시 수업을 있는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수업공개에 따른 교사의 부담감을 최소화하고, 수업공개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학교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수업공개에 따른 교사의 심적 부담은 예상보다 매우 크다고 하겠다. 이러한 부담은 경력교사의 수업 전문성과 실천 지식을 신규교사와 공유할 수 있는 수업 멘토링제를 통하여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교사가 모범적인 수업을 실시하는 것보다 그 수업을 제대로 보아줄 수 있는 눈(관점)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교사의 수업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은 '수업비평'이라는 용어로 명명되기도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문화비평, 문학비평, 영화비평이란 말은 흔히 들어 왔지만, 수업비평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수업비평은 최근 일부 학자들에 의하여 주창되어 관심 있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교현장에 전파되고는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일천한 편이다.
학교현장에서는 수업비평이란 용어보다는 '수업장학, 수업평가, 수업컨설팅'이라는 용어에 더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수업비평은 이러한 유형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수업장학은 교사의 교수 행위의 개선과 수업 전문성 향상에 관한 정보 제공에, 수업평가는 교사의 수업 능력측정과 평가와 수업 설계 및 실행 능력에 대한 평가에, 수업컨설팅은 교사의 고민이나 문제 해결과 원칙적으로 의뢰인의 판단에 의존한다는 각각의 차이를 발견할 수가 있다.
수업비평은 수업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교사와 학생이 구성해 가는 수업 현상을 분석텍스트로 인정하고 출발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이혁규 교수는 수업비평을 수업 활동의 과학성과 예술성, 수업 참여자의 의도와 연행, 교과와 사회적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수업을 기술, 분석, 해석, 평가하는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글쓰기 행위로 정의하였다.
수업비평의 내면에는 학교현장에서 수업을 실시하는 교사에 대한 인식부터 다르게 규정한다. 교사를 교과서를 중심으로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수업을 진행시키는 기능인적 관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혹은 상호소통적으로 수업을 창조해가는 예술가적인 관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비평은 기술적 비평 혹은 형식주의적 비평, 역사적 혹은 심리적 비평, 맥락적 혹은 사회학적 비평, 학문적 혹은 교과적 비평, 수용자 반응 비평 등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전술한 수업비평 중에서 학교 현장에 적용해 볼 만한 방법은 수용자 반응 비평[독자 반응 비평]이라 할 수 있다. 수용자 반응 비평을 수업비평에 적용시킬 때, 문학작품을 수업으로, 독자를 수용자[학생]로, 작가를 교사로 변화시키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수용자 반응 비평적 관점에서 본다면, 수업비평은 교사보다는 학생이 비평의 중심에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앨빈 토플러가 자신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예견한 프로슈머(prosumer)의 개념을 수업비평에 적용시켜 보는 것도 논리의 비약은 아닐 듯싶다. 수업비평에서 프로슈머는 교사와 학생의 상호소통에 비중을 두면서 '교사 같은 학생, 학생 같은 교사'의 개념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수업비평의 주된 목적은 수업 현상의 이해와 해석에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예술가가 되고 관찰자는 비평가가 된다. 이를 통해 수업 현상에 대한 감식안과 비평능력이 제고될 수 있으며, 모든 수업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고려해야 한다. 결국 수업비평은 학교현장에 소통적 대화의 풍토를 조성하여 수업을 보는 교사의 안목을 고양시켜 주며, 우수한 수업 사례를 발굴한다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 ▲ 김재국 세광중교사·문학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