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의 두 가지 바탕색 중 녹색계통 칠

<134> 단청의 으뜸 뇌록(磊碌)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 가운데 고유의 무기안료 '석채'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채색, 건물의 단청을 비롯해서 옻칠 첨가제 등 다방면에 걸쳐 활용됐다.
석채는 자연에서 원석 채취에서부터 연마, 수비 등 일련의 가공단계를 거쳐야 얻을 수 있으나, 현재 이와 같은 가공기술에 대한 정보는 미미한 상태이다.
고유 석채는 대부분 국내의 안료원광에서 천연 무기물을 이용하였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특정 안료는 멀리 중앙아시아산까지 원거리 교역을 통해 입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단청은 두 가지 바탕색인 붉은색 계통의 석간주와 녹색 계통의 뇌록(磊碌)으로 칠한다. 단청을 하는 주된 이유는 건물에 사용된 나무를 보호해 건물의 수명을 늘리는 것과 건물에 권위와 위엄 그리고 신비감을 주기 위함이다.
단청의 종류로는 가칠 단청, 모루 단청, 긋기 모루 단청, 금(錦) 단청, 금모루 단청 등이 있는데, 석간주와 뇌록의 바탕색을 칠하는 것으로만 간단하게 끝내는 기법을 '가칠단청'이라 한다.
뇌록안료(磊綠顔料)는 단청의 기본 바탕색 등에 사용됐던 매우 중요한 석채원료이며, 주로 경북 포항시 장기현의 뇌성산에서 채굴하여 사용했다. 뇌성산은 조선시대에 전국으로 공납(貢納)된 뇌록의 대표 광산(鑛山)이었다.
뇌록은 광물질이므로 10%의 아교와 섞어서 나무나 벽면에 칠하면 매우 효과적인데, 뇌록은 목재의 부후(decay)를 예방하면서 표면을 보호하는 코팅효과도 발현하고 다른 색상과의 착색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뇌록에는 헥사클로로벤젠이라는 성분이 있어 방충 작용과 살충 작용을 하며, 곰팡이를 살균함으로써 방부제의 기능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옛 단청에 사용한 천연광물 뇌록과 요즘에 사용하는 화학 안료와 비교하여 보면, 뇌록이 내구성·내화성·내공해성·내열성(발화점)등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천연산 광물로 칠한 옛 단청은 수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색이 생생한 반면, 화학 안료로 칠한 요즘의 단청은 수 년 만에 탈색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근래 고건축의 단청과 벽화, 수많은 전통 회화와 채색조각 등 각종 채색문화재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수가 진행되면서 과거의 전통재료와 기술이 담겨진 자료가 그 특성을 밝혀내기도 전에 새로운 현대 인공 안료로 급속하게 바뀌고 말았으며, 그로 인해 고유 색상을 재현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우리 민족 고유의 단청을 보수하거나 복원하는 데 사용되는 무기안료의 원료 대부분을 일본 또는 유럽에서 제조된 것을 적용하고 있으며, 더욱이 단청기술자들마다 사용하는 무기안료가 다르므로 우리나라 고유의 색상을 재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동일한 색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 석채의 활용기술과 특성 분석을 통해 우리 민족 고유의 색감을 재현함과 더불어 현대의 첨단 기술을 적용하여 내공해성, 내수성, 내광성, 그리고 내구성이 우수한 고기능성의 무기안료 콜로이드를 제조해야 할 것이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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