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코리아' 모태 제3세력 규합 나설듯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19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탈당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 15일 강원도 양양 낙산사로 칩거를 떠난 지 꼭 닷새만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시내 백범기념관에서 가진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는 없다"면서 "한나라당을 위해 순교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한 순교를 선택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 배경 = 손 전 지사는 탈당의 이유로 개혁과 변화, 시대정신을 외면하는 한나라당의 구태정치와 줄서기 관행 등을 꼽았다.

그는 "지금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변화를 위한 고통을 거부하며 통합과 상생의 길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조차 대세론과 줄세우기에매몰돼 있다"며 소장파 의원들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마디로 당내 기성정치인들은 그렇다 쳐도 소장파 의원들까지 구태를 벗지 못하는 한나라당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그러나 이런 표면적 이유보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결정적으로 그의 탈당결심을 굳혔다는 분석이다.

당내 대선후보 빅3로 불리면서도 40%대의 압도적 지지율을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20%대의 탄탄한 지지세를 갖고 있는 박근혜 전대표 사이에서 한계를 절감했다는 것.

그는 최근 지지율이 다소 올랐으나 단 한 번도 10% 선을 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본선은 고사하고 예선인 당내 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아름다운 패배의 길을 걷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런 만큼 정도(正道)를 통해 차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각종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길을 통해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내 진보·개혁 세력으로 대표되는 초선 의원들의 냉담한 반응도 탈당을 부추긴 큰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행보 = 손 전 지사는 일단 제3세력을 규합해 신당 창당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한나라당을 떠나는 이유를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부여를 떠나는 이유에 비유했다. 한마디로 주몽이 세자 경합을 포기하고 부여를 떠나 고생 끝에 고구려를 건국하듯 자신도 새로운 기반을 토대로 정권을 창출하겠다는의지를 나타낸 것.

손 전 지사는 일단 전진코리아를 기반으로 제3세력 규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진코리아는 특정 대선후보를 겨냥한 조직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손 전 지사와 깊은 교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 조직이 신당창당의 모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진코리아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환영입장을 나타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손 전 지사가 지난 15일 전진코리아 창립기념식에서 "새로운 정치질서의 출현을위해 그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미 오늘의 상황을 염두에 뒀던 게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양측의 엇비슷한 타임테이블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해준다. 손 전 지사는 제 3세력을 통한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고, 비(非)열린우리당-반(反)한나라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전진코리아는 연말 대선에서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계획 아래오는 8월까지 신당창당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는 결국 전진코리아가 향후 범여권 정계개편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그 중심에 손 전 지사가 자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손 전 지사가 우회 과정을 거쳐 결국 범여권 후보로 나선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 승자와 대권을 겨룰 것이라는 섣부른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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