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영국 카디프대학교 화랑의 초대를 받아 영국에 다녀왔다. 어머니 49재 중이어서 많은 고심을 했으나 초대 작가가 꼭 왔으면 하는 요청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오랜만의 영국여행에서 느낀 짧은 단상들을 적어 본다.

음산하고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영국의 궂은 날씨는 여전했다. 이번엔 바람까지 얼마나 거센지 바람의 텃세를 감내하기 벅찼다.

오랜만에 방문한 영국은 여전히 옛 건물 등이 온전히 보존되어 오래된 나무 등 자연과 어우러져 옛 정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우리나라는 오래된 유산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콘트리트 새 건물을 세워 이로써 발전의 표상으로 삼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나라 도시들에서는 추억을 찾기가 힘들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버려서 과거의 흔적, 시간의 증거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 나가보면 도심 건물들과 자연 풍광이, 옛 건물과 새 건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잘 녹아든 모습에 작품사진이 절로 멋지게 연출된다.

최근엔 우리나라도 옛 모습을 되찾고 유지 보수하려 노력하는 것 같지만 600년 역사의 숭례문이 불타 새로 짖는다고 해서 옛 숭례문의 멋과 혼이 같을 수 없기에 아쉬움이 크다. 영국은 오랜 문화와 전통을 잘 보존해온 덕에 후손이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영국 사람들이 예전보다 비교적 많이 날씬해진 모습과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이 줄었음에 놀랐다. 방문했던 카디프대학교나 기타 화랑과 음식점, 쇼핑센터 안에는 금연지역으로 지정되어 흡연자를 볼 수 없었고, 대신 건물 밖의 한정된 공간에서 몇몇의 흡연자를 봤지만 그래도 그 숫자는 정말 많이 줄었다.

또한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레스토랑도 눈에 띄었다.

이런 변화가 궁금해 영국 교수에게 물으니 수년전부터 영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비만과 흡연의 위험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아주 고가의 명품이 아니면 대중적인 브랜드 상품은 영국에서 굳이 살게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영국 가격이면 살 수 있기에 말이다.

영국의 히드로 공항 면세점에서 노트북 컴퓨터와 진공관 앰프를 보고 한국보다 가격이 싸서 구입할까 잠시 생각했지만 노트북 컴퓨터는 프로그램을 윈도우7만 제공할 뿐이고, 전원 잭도 영국에서만 쓰는 3발식이니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려면 교환이 가능한 전원 잭을 새로 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영국은 3발식 전원 잭을 쓰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2발식 전원 잭을 사용한다. 영국에서 다른 나라로 출국하는 사람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히드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영국전용의 3발식 전원 가전제품을 파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영국 여행에서는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옷의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그리고 개성 넘치는 패션감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제각기 다른 피부와 체형에 걸맞게,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어우러져 독특하고 다양한 자신만의 개성과 문화적 차이를 발산하며 입은 옷차림에서 스스럼없는 변화와 조화로움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 자체가 엄청난 경쟁력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덕에 영국은 창의성이 높은 나라로 손꼽히고 있고 이것이 바로 예술문화분야에도 유학생이 몰리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시간성이 묻어난 문화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시대에 오히려 한옥이 빛나는 것처럼 우리의 멋과 정취가 차별성으로 빛나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배가시키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사회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존중하는 문화도 지금보다 더욱 커져야 한다. 나와 같음 보다 나와 다름에 눈을 뜨고, 인정하며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가 더욱 필요하다. 나와 다르면 배척하고 몰아내는 아집이 득세하는 한 우리나라는 그만큼 더더욱 작아질 것이다.

▲ 김태철 청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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