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원인모를 사고로 두 동강 난 채 차디찬 해저에서 표류하고 있지만, 실종자들의 구조는 물론 사고발생 열흘 이상이 지나도록 원인규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애타게 가족의 귀환을 기다리던 실종자가족협의회측은, 지난 4.3.저녁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대승적 결단으로, 모든 구조작업을 중단하고 인양작업에 매진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실종장병의 귀환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열흘이상을 뜬 눈으로 새우던 40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피로와 감기 등으로 인해 오히려 병이 나고, 정부와 군당국은 사고경위에 대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무리한 구조작업으로 인한 한주호준위의 희생, 구조작업에 동원되었던 민간어선 금양98호의 침몰, 실종자 중 하나인 남기훈상사 시체발견 등 오히려 역효과만 나고 생존가능성은 떨어진 현실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내린 결단일 것이다. 그들의 대승적 결단을 보도하는 tv화면 한 쪽으로, 이런 식으로 가면 일 년이 가도 구조작업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도저히 군당국과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울분에 찬 실종자가족의 인터뷰화면이 흐른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벌써 사건 발생 두 주가 다 되어 가는데도 실종자의 구조는 말할 것도 없고 사고원인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으니, 유족들의 참담한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이러한 유족 측의 요청에 따라 군은 지난달 27일부터 8일간 148명의 잠수 요원이 투입된 구조 작업을 인양 작업으로 전환키로 하고 3일 오후 11시께부터 민간의 지원을 받아 선체 인양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2002년 2차 연평해전에서 격침된 참수리호를 작업 시작 17일 만에 인양한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는 인양에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렇게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넘어 우울하기까지 하다. 사고발생시각을 비롯해서 그 원인은 물론, 구조작업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군당국이 보여준 갈지자 행보가 국민들의 불신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군당국은 처음에 사고발생시각이 밤 9시 45분이라 했다가, 다음에는 다시 9시 22분이라고 바꿨으나, 9시 15분경이라는 mbc 최초상황보고서 보도가 나오면서 신뢰성을 잃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사고 초기 '파공(구멍)에 의한 침몰'에서 '절단에 의한 사고'라고 고치고 기뢰 및 어뢰가능성을 말하면서 북한함정의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고 말해 혼란시켰다. 장비부족에 따른 함체자체 피로에 의한 절단설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이 없다. 또한 군사기밀에 속하는 것이긴 하겠지만, 천안함이 사고해역을 항해한 이유에 대해서도 두 번이나 말을 바꿨다. 일각에서는 군 당국이 밝힌 것 중 변하지 않은 것은 '생존자 58명, 실종자 46명'뿐이라는 말까지도 나오고 있다.

군당국이 그동안 천안함 함장 이외 생존자들의 외부증언을 제한하고 교신일지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다. 군당국은 2002년의 연평해전 당시 참수리호의 교신일지 및 당사자의 인터뷰를 적극 공개하여 사건경위를 국민들에게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조적으로 사고 원인을 밝혀줄 핵심자료인 속초함이나 함대사와의 교신일지에 대해 군사기밀을 앞세우고 공개하지 않고, 또 생존자들의 건강을 이유로 증언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부와 국방당국의 갈지자 행보가 급기야 6.2지방선거까지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의 큰 이슈들이 tv화면 뒤로 숨었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 4대강 반대, 조계종 외압설 및 각종 설화 등 정부와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악재들이 천안함 침몰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다. 억측이길 바란다. 지금 정부와 군당국이 해야 할 일은 슬퍼하는 실종자가족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관련자료 공개는 물론, 신속하고 정확한 사고조사와 인양작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갈지자행보는 안 된다.

▲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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