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받고 살았더래요. /싸바싸바 아이싸바/얼마나 울었을까?/싸바싸바 아이싸바/천구백팔십일년

내가 어릴 적에 친구들과 손바닥을 치며 서동요의 주문처럼, 혹은 여럿이 참새처럼 입을 모아 불렀던 구전동요 중 한 가지이다. 마치 신데렐라의 힘든 집안일이나, 서글픔을 위로라도 하듯이 알 수 없는 후렴구를 넣어가며, 간혹은 마지막 후렴구를 천구백팔십삼년 이나 천구백팔십사년으로 바꿔가면서 말이다.

신데렐라동화의 주인공 이름은 '엘라'이고, 어느 날 숯 검뎅이가 된 모습을 보고 이복 언니들이 재투성이(cinder) 엘라라고 놀리는 바람에 엘라의 별명은 신데렐라가 된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별명은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녀의 본명보다 더 유명한 고유명사가 되어왔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에 그녀가 20세기 이 전이 아닌2030년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나는 가끔 2030년의 신데렐라를 그려보곤 한다. 청소용 집안일도우미로봇이 알아서 온갖 집안 청소며 빨래 등을 도맡아줄 테니 더 이상 얼굴에 잔뜩 잿가루를 뒤집어쓰지 않은 채그녀는 로봇의 배터리 충전이나 혹은 청소프로그램을 컨트롤 하면서 하루를 보낼 듯싶다. 언니들이 파티에 가는 날에 나타났던 요정은 멋진 파티용 드레스 대신 첨단 기능을 장착한 유비쿼터스웨어러블을 선사하였을 것이며, 여섯 마리의 생쥐들과 호박이 변했던 화려한 마차와 말들 대신 그녀는 순간이동 장치나 어쩌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버블자동차로 이동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화려한 숲 속의 궁궐 파티장은 깊은 바다 해저도시나 지하도시 어떤 곳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며, 파티장으로의 입장은 생체인식을 통한 출입만 가능할 법하다. 어쩌면 신데렐라에게 마법을 부린 요정은 드레스가 아닌 파티장 출입용 위조 rfid카드를 건네 줘야할지도 모르겠다. 열두시가 되어 급히 나오다 잃어버린 것은 유리구두가 아닌자체발전기능을 가진 첨단슈즈이거나, 생체인식을 대신했던 위조 rfid카드 가 아닐까? 그녀를 찾기 위해 왕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 보다는 인턴넷을 통한 사이버 세상 검색으로 여러 날을 보내야만 할듯하다.

조금은 낯선 광경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그런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지 않은가?어느 유치원에서 토끼와 거북이 동화의 결과만 이야기 해주면서 어떻게 거북이가 이겼을지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아마도 그 거북이가 닌자거북이였기 때문이라는 21세기적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낯설음을 가지면서도 우리들 손에는 어느새 첨단 스마트폰이 들려있으며, 교육이나 쇼핑 혹은 경제 활동조차도 인터넷을 통하여 하고 있지 않은가?

마을 앞개울에서 멱을 감으며 고기 잡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이제는 오히려 낯선 모습이듯이 시간이 더 흐른뒤에는 가방을 들고 학교를 다녔었던 내 어제의 일들이나, 가을운동회와 소풍이야기의 추억들이 역사시간에 외워야할 문장으로만 남아질듯하다. 아마도 그 때쯤 이면 신데렐라 이야기의 끝은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 그래서 신데렐라아바타는 왕자아바타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유지되었다

▲ 김미혜 충북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