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길
한 등성이 넘으면 또 한 등성이 /개구리 먹은 뱀인가 불룩했다 가는 길 /어디 뒤 돌아'야-호'불러보자 /메아리도 숨 가빠 꽃거품 풀어내고 / 군데군데 부스럼은 옹이처럼 깎인 길 /깨진 산바위 몇 쪼가리도 /바지런한 빗물따라 도리질로 부시다 /필자의 시 '사람 길'의 전문이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산길 들길 물길 찻길 등굣길 샛길 골목길 등, 길의 유형도 용도에 따라 꽤 여러가지다.하루는 등산을 한답시고 마구닫이로 산 속을 걷다가 독사 떼를 만나 옴쭉 못한 채 이승에 계시지도 안은 '어머니'를 연거푸 불렀으나 사실은 독사가 먼저 시야에서 사라진걸 몰랐다.이유는 간단했다. 뱀과 내가 똑 같이 길 아닌 곳에서 만나 서로 놀란 것이리라.사람의 길과 사람이 들어서서는 안되는 길을 고심한'갈 길이 따로 있구나'란흘러간 유행가 소절도 요즘은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건 아닌지.
세상의 길
살다보면 정말 엉뚱한 길에서 기운 빠진 경험 쯤흔한 일이다. 처음 길을 잘못들어 평생을 어긋난 이도 있고 생각잖은 유혹에 빠져 잘나가던 지위와 이름까지 하루 아침거리로 추락한 날개도 본다. 물론, 고지식할 정도의 진실한 길 앞에머피의 법칙이 어찌나 철저하게 맞아 떨어지는지 잡힐듯 멀어짐도 어디 한 두 번 속은 계산이랴.개중엔 하는 일 마다술술 풀린 사람도 눈에 띄지만. 하기야 파고 들어가 보면 멀리 비쳐진 남의 떡이 커 보이는 편견 일 것이다.모 방송 프로그램인 '인간 극장'은 몇 년 째 내게 인생지도서가 됐다. 삶의 희로애락을 총체적으로 담아낸 사람 풍경화다. 가끔, 하찮은 일로 판단이 흔들리거나 마음 찢길 때 유사한 장면을 떠올려 곧잘 아픔을 면제 받는다.숱한 실화 중 대부분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바른 길로 부지런히 걷다보면 숨은 블루칩과 언젠가 만남을 공감하게 된다. 세상의 길은 있는 대로 다 걸을 수 없다. 어떤 길을 어떻게 걷느냐가 문제다.민망한 길을 걷다가 진땀흘린 모습 자주 보지 않았는가?
'엿 먹어라'
엿은 길을 여는 길(吉)함의 상징이라 하여 시험장 주변에 넘쳐나도록 붙였고, 결혼식 이바지 음식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감초역할을 하던 때가생생하다. 어릴 적고향마을엔 지게 목판을 얹은 연세 지긋한 엿장수가 주례 행사처럼 찾아왔다. 읍내 장터와는 4km 좀 넘는 거리여서 쏠쏠한 재미도 있었을 게다. 무쇠로 만든 커다란 가위로 장단 맞춰 신호를 하면 주로 못쓰게 된 냄비나 빈병, 헌 고무신짝과 철사도막이 성냥 빨래비누 고무줄 바늘 실등잡화와 교환 되곤 했다. 그 가운데 내 또래의 관심은 온통 엿에만 집중됐다. 3학년 초여름 쯤, 아무리 집안을 샅샅이 뒤져봐도 엿과 바꿀 마땅한 고물이 궁색하길래부엌 벽에 걸린 절반이상 남은 양념용 들기름 병을 들고나가 검지 손가락 크기의 엿과 바꿔먹었다. 금방 들통 난 바람에 어머니와 마주칠 때마다 한동안 기죽어 지낸 죄스러움으로 평생 재활치료 과제를 안고 지냈다. 아이스크림을 먹어야할 계절에 끈적거리는 엿을 쥐었으니달라붙고 늘어져 결국 손만 빨아야하는 헤프닝도 빚었다. 겨울이면 심심찮게'엿치기'를 하여 공짜의 고소함까지 즐겼다.엿가락을분지르자 마자 잘려진 부분의 구멍 크기로 등위를 매겨 최고인 사람은 값을 치르지 않고먹는 놀이였는 데 얄미울 정도로 엿치기 고수인 친구가 부럽기만 했다. 상급생까지 모조리 꺾어 엿판 챔피언을 꿰차자 보디가드까지 여럿 거느렸다. 한 쪼가리 엿맛에 묶여 알아서 지원한 졸(卒)들의 길이었다. 그토록 유혹 속 군것질감였는데 요즘, 엿 먹으라면 큰욕으로 비쳐지니 엿팔자도 호시절을 마감했나 보다.장학사 초년때, 민원인 한 분이 감사의 표시로 사무실에 들고 온 엿 박스를 두고, 의미 해석하느라 선뜻 입에 댈 수 없던 기억도 부풀어 오른다. 살아가면서 욕될엿 먹지 않기란 엿 먹기보다 몇 배 힘든 게 사람의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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