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선거를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 고질적 불법 선거운동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지역 농협조합장과 임원 선거가 불?탈법 선거의 경연장으로 전락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월 치러진 연기지역 4개 농협 조합장선거와 관련, 후보자로부터 금품과 음식물을 제공받은 조합원 33명에게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이웃들과 오순도순 인심과 정을 나누며 살던 농촌은 반목과 불신의 늪에 빠진 나머지 지역공동체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잃어 가고 있다.

오는 6월 29일 치러지는 제천ㆍ단양 축협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2000여명에게 현 조합장을 비방하는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한 혐의(농업협동조합법 위반)로 김모 씨(65)가불구속 입건됐다.

급기야 최근 금품살포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던 예산축협조합장이 취임 4일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 충남·북 농협조합 중 조합장선거를 치른 곳은 77개, 연말까지 선거가 예정돼 있는 조합은 14개 이른다. 현재까지 조합장선거에서 금품, 음식물 제공 등 25건의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

검찰에 고발된 사건 가운데 연기 동면, 서면, 금남면과 공주 사곡농협 등 4곳은 관련자가 기소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재선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올 초 조직의 명운을 걸고 공명선거를 실천을 다짐했던 것을 떠올리면 한심한 결과다.

최근에는 말썽이 잇따르자 불법선거 관련 조합에 대해 신규자금지원 중단은 물론 기존에 지원된 자금까지 회수키로 하는 등 또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근본처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선거현장에선 '쇠 귀에 경 읽기'다. 조합원 대부분이 후보와 학연?지연 등 친분관계로 얽혀 있어 금품선거를 거절할 수 없는 구조다.

조합장 선거 문제가 우리지역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은 더하다.

올 들어 전국 각 지역 농협조합장과 임원선거가 본격화되면서 과열경쟁과 불법 혼탁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올해 초 강릉에서는 모 지역 농협의 비상임 감사직 출마를 포기하라며 마취용 총기에 산탄을 장전해 입후보를 위협한 사건도 발생했다.

그동안 지역 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을 상대로 한 기부행위와 금품살포는 종종 이었지만 총기까지 등장해 입후보자의 출마포기를 강요한 사례는 보기 드문 것이어서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조합장선거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당선되려는 배경엔 막강한 권한과 누리는 지위 때문이다. 조합장 당선은 곧 해당 읍면장 이상의 지위를 가진 기관장 반열에 올라서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다 임기 4년의 조합장에 당선되면 해당 조합의 자산이나 사업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000만~8000만원에 이르는 고액 연봉(전국 평균 7000만원)이 보장된다.

고질화된 돈 선거 행태를 뿌리 뽑으려면 조합장 권한을 대폭 줄이고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권한이 많다보니 선거가 혼탁해지고 당선 후에도 각종 이권 개입 등 또 다른 비리가 터지는 것이다.

농협의 주인은 농민 조합원이고, 조합장은 그 대행자인 심부름꾼일 뿐이다. 지역사회에서 권력을 누릴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6·2 지방선거가 한 달여 남았다. 금품살포와 음식물 제공 등 유사한 불법행위가 자행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능희 본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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