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가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다가왔지만,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당들과 입후보 예정자들만 분주한 것 같다.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바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이번 지방선거에 나설 예비후보자들이 등록하고 자신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기 시작한지 두 달 이상 지났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해 보인다.

이렇게 지방선거에 무관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천안함 침몰사건이 가장 커다란 이유가 될 것이다. 46명의 수병이 졸지에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사건 앞에 국민들은 충격과 당혹 가운데 머리 숙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경건한 일상을 보내려 애써 왔다. 특히 지난 주는 국민애도주간으로, 각 정당들도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그런 까닭에 중요한 정치적 이슈들이 천안함의 침몰과 함께 침잠해 버렸다. 장기간에 걸쳐 국방당국이 사고경위나 원인을 놓고 오락가락 하면서 국민의 의혹을 증폭시키는 가운데, 방송3사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생방송을 통해 거의 이 사건만을 이슈화하고 한 방향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고착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또 하나는 선거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제1회 지방선거 68.4%(1995년) → 2회 52.7%(98년) → 3회 48.9%(2002년) → 4회 51.6%(06년) 식으로 계속 저하되어 왔고, 20대의 투표율은 평균보다 절반 이하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 때문이고, 그 무관심은 결국 정치권의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니,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고 할 것이다. 각종 선거에서 누구를 찍어도 변화되거나 발전되지 않는 정치상황이 계속되다보니 국민들의 관심은 멀어질 수 밖에. 더욱이 민선4기 기초단체장의 약 40%가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기소되었다는 최근 감사원 발표는 국민들의 정치, 특히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을 꺾어놓기에 충분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유권자의 책임이 면제되지도 않는다. 어떤 후보가 선택되느냐에 따라 향후 4년 동안 선거결과는 지속되기 때문이다. 결국 투표에 참가하지 않아 초래되는 잘못된 결과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유권자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도지사 · 교육감을 비롯한 광역단체장을 비롯해서, 시장 · 군수 등 기초단체장과, 교육의원 · 도의원 · 시군의원 및 비례대표 등 1인이 8명을 선출하는 역대최다의 투표를 하게 되는 것은 알려진 대로다. 그만큼 한 표의 가치가 소중하고 또 유권자의 권한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이제 국민 모두 항상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천안함 침몰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과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말미암아 멀어졌던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회복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깨달아, 과연 어떤 후보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인지 경력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서 투표해야 한다. 그리고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지방선거가 예정하는 또 다른 의미를 새겨야 한다. 그래서 세종시 수정문제, 4대강정비사업 문제, 무상급식 문제, 국가균형발전 문제, 조계종외압설 등, 천안함과 함께 침몰했던 정치권의 이슈들과 관련한 각 정당의 정체성과 행태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그것이 나와 내 지역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판단하여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명부투표에 임해야 한다.

투표야말로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행사이자 의무 아닌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제대로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내 일인 것이다. 내 지역, 내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 한다'는 법격언 처럼, 국민의 가장 중요한 정치참여 권리인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 아무도 국민을 지켜줄 수 없다. 정말로 소중한 내 한 표,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아낌없이 그 강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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