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고, 당리당략에 따라 혹은 후보자들 간에 물고 뜯고, 약점이 걸리기만 하면 맹수가 먹고 간 나머지 고기를 차지하려달려드는 하이에나 떼처럼 살벌한 것이 요즘 정가 분위기다.

심지어 시민단체가 제기한 특정후보의 흠집에 대해 마치 자신들이 찾아낸 것처럼 대상자를 폄하하고, 하차시키려 상대 정당들은 긴급 성명서를 내는 코미디 같은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守城과 攻城의 밀고 당기기가 극성스럽고, 정책과 공약보다는 네거티브 전략을 선호하며, 선거일이 가까워 올수록 그 도를 더해 갈 것은 뻔하다.

일단 정치판에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선·후배도 지인도, 심지어 혈연도 경계가 무너져버린다.

선한 인간의 도의와 양심은 간데없고, 선거의 최대 목표로 정당은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는데, 후보자는 ‘나만 당선되면 된다’에 전략과 인력, 금전 등이 동원된다.

선거판을 지켜보는 기자로서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골프를 통해서 정치 지망생들이 한 수 배웠으면 한다.

골프는 축구와 배구, 농구, 야구 등과 같은 구기종목에 있는 심판이 없는 특이한 종목이다.

사실상 모든 구기종목과 격투기들은 능력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통해 상대방을 넘어서야 경기를 승리를 이끌 수 있지만 골프는 자신이 스스로 점수를 기록하고, 룰에 따라 경기를 홀로 진행해 상대방에게 위협과 방해도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으로 경기를 마친다.

골퍼들 사이에 골프는 신이 인간의 양심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스포츠라는 말이 있다.

사례로 지난 4월 19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해드 아일랜드 하버타운골프링크스(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투어(pga) 버라이즌 헤리티지 최종 4라운드에서 있었던 일이다.

잉글랜드의 브라이언 데이비스(세계 166위)는 유럽투어에서는 통상 2번의 우승을 거머쥔 적이 있지만 2005년 pga에 입문한 이후 우승이 없는 무명 선수였다.

이 대회에서 그는 최종 13언더파로 미국의 짐 푸릭과 연장전에 돌입, 갤러리들도 눈치 채지 못하게 갈대를 건드리고도 해저드에서 공을 완벽한 것처럼 처리해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골프 규칙 13조 4-c에는 해저드 안에서 플레이를 할 때 돌이나 죽은 갈대 등을 접촉하거나 움직이는 것을 금하고, 어길 경우 2벌타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pga 첫 승에 목 말랐던 브라이언은 사람들을 속일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갈대를 건드린 것을 인정, 자진신고하고 “첫 우승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양심이다”는 말을 남기고, 우승컵을 짐 푸릭에게 넘겼다.

반대로 미셸 위는 2005년 삼성월드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오소 플레이를 범하고 2벌타를 스코어카드에 기록하지 않았다가 경기 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 마이클 뱀버거 기자로부터 제보돼 사실로 밝혀져 4위 상금과 성적이 취소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속일 수도 있지만 속이지 않는 사람과 속이다가 후에 적발돼 망신을 당하는 것은 골프나 정치나 세상사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치 지망생들에게 브라이언 데이비스와 같은 양심이나 프로정신을 본받으라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무리인 것은 안다.

적어도 골프의 매너를 배우게 되면 선거가 끝나고 패자나 승자 모두 지역민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얼굴 붉히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어설픈 골프얘기를 끄집어 내봤다.

▲ 박상수 천안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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