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어디를 가든 원색의 유니폼을 입은 후보나 운동원을 만나게 된다. 어떤 날은 주머니에 대여섯 장의 명함이 불룩하다. 인물도 다들 잘 났다. 프로필도 좋고 지역을 위해 활동한 봉사 경력을 보면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실제 익히 알고 지내는 지인들이 여러 사람 선거판에 뛰어들었는데 그만한 자격을 갖춘 이들이 많다고 본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만개(滿開), 지금 그 현장 속에 우리가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몇몇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가보았다. 일종의 출정식인 그 행사는 출마자의 잠재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그런 의미를 가지고 후보 자신을 어필하는 첫걸음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후보의 정치 이력만큼이나 행사장의 분위기가 사뭇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면면에서 드러나기도 하고, 소속 정당의 바람몰이나 후보 자신의 정치적 색깔로부터 확인되기도 한다.

때가 때인지라 사람들끼리 어울리면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선거 판세에 관한 것이다. 누가 앞서가고 어느 정당이 유리한지 각각 자기 나름의 분석에 기초하여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지나쳐 화기애애해야 할 자리가 머쓱해지기도 하지만 요사이 술자리 안주로 그만큼 흥미진진한 게 어디 또 있으랴.

며칠 전 한 모임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런 화제가 식탁에 올랐다. 왁자지껄한 대화 말미에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이 당 저 당 기웃거리기 행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억울하게 탈락했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출마를 하려 평소의 정치적 소신과 무관한 정당입당을 타진하고 다녔다는 뒷이야기, 실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중앙 정치무대에서 횡행하는 '철새'들의 행각이 지방에서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모 후보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기가 탈락한 것이 원통하고 분해서 다른 당에 입당하니 반드시 당선시켜 달라는 결기를 보이기까지 했을까.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어찌 후보들만 탓할 수 있겠는가. 이런 부작용을 내다보고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기초의회를 포함하여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거나 최소화하자는 의견을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생활 정치의 기반인 지방자치가 중앙 정치에 예속되어 본래의 취지를 상실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무망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이 문제는 우리 정치의 건강성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서 반드시 쟁취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6·2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시점, 후보와 정당이 내세우는 사회 발전과 국민의 행복 증진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과 어우러져 실질적으로 꽃피우기를 기대해 본다. 천박한 정치의식으로 유권자를 기망하는 후보가 아니라 선거 이후에도 지역을 위해, 이 시대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참다운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지방자치는 성숙해져 갈 것이며 그에 따라 우리의 삶터는 더욱 훈훈해질 것이다.

틈만 나면 지방자치 무용론을 외치는 이들에게 민주주의의 역행이라는 멍석을 깔아줄 수는 없지 않은가.

▲ 김홍성 청주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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