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시점의 대통령 입장 발표

길고 길었던 세종시 터널에 출구가 보이는 모양이다.

6.2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한 민심의 추는 결국, 국정 최고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출구전략'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14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국회의 표결처리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곧 세종시 문제의 해법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묻겠다는 이야기다.

이 대통령의 발표가 있자, 정치권에서는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일제히 반응을 쏟아 냈다.

한나라당은 상임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반면, 민주당과 선진당 등 야당들은 자진철회를 주장했다.

세종시 문제에 있어 가장 가장 당혹스러운 여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당내 논의가 불가피 해졌고, 야당은 세종시 문제가 사실상 '수정안 추진불가'로 해석하고,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발표는 일단 해석을 접어둔 상황에서, 기막힌 시점을 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럽의 강자인 그리스를 2대0으로 완파한 1차전 결과의 감동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월요일이었다. 그것도 4대강 사업과 인적쇄신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발언 모두에 월드컵 전사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도 한층 빨랐다.

일부 언론은 이 같은 내용이 '출입기자들에게 (사전에) 배포된 원고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신속히 보도했다.

특히 '연설문 작업'이전날 늦은 밤까지 청와대 일부 핵심 참모진만 참석한 가운데 극도의 보안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타전하며, 통상 라디오연설과 달리 tv를 통해 생중계하기로 한 것은 이날 연설의 중요성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미사여구를 뺀 '대통령 발언의 핵심'에 있다.

결론은 ▲세종시 국회 상정 ▲ 4대강 철회 불가 ▲ 단계적 인적쇄신 등 3가지로 요약된다.
해석하자면, 세종시 문제는 주도적인 입장에서 한 발자욱 뺀 것이고, 4대강 문제는 속도를 완급조절하는 선에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인적쇄신 문제는 다소 추상적이고 난해하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 대통령의 발표에 따라 정당간 셈법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크게는 '국회내 표결 vs 수정안 상정 포기' 형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그에 따른 공과를 놓고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 곳곳에 감지된다.

이 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국회내 표결로 출구를 찾을 수 있다지만, 야당인 민주당과 선진당은 '경우의 수'에 따라 수정안 가결 쪽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일전, 미디어 관련법 통과 당시의 악몽을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충청권 민심=정치적 구도'를 전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셈법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계산과는 달리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본질이다. 세종시는 국회가 스스로 결정한 법률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다.

여야를 떠나 국회는 자신의 소신을 떳떳이 밝히면 될 일이다. 애써 피할 이유도 없다. 주연이 누구이고 조연이 누구인지는 굳이 물고 따질 이유도 없다.

공을 받고도 처리를 하지 못해, 패스할 선수만 쳐다보는 꼴은 없어야 한다. 열심히 뛰고도 슛한번 하지 못한 선수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다만, 그것이 축구 경기가 아닌 정치적 문제라면, 대통령이든, 여야든 다시는 그 같은 논란거리가 될 '뜨거운 감자'를 만들지 말아야 할 일이다.

▲ 장중식 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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