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새벽
한 늙은 랍비가 제자들에게 밤이 끝나고 새벽이 시작되는 시간이 언제인지 물었다.
"저 멀리동물이 있는데 그 동물이 양인지 개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요?"
한 제자가 "아니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제자는 "그러면 멀리서 나무를 보았는데 그것이 무화과나무인지 배나무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닙니까?"고 자신있게 의견을 내놓았다."아니다." 랍비는 고개를 저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대체 언제가 새벽이 시작되는 시간인지요?"
"어떤 남자나 여자의 얼굴을 보았을 때 그들이 너희 형제, 자매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다면 그때가 새벽이니라.그 전까지는 아직 밤이다."
출처는 분명하지 않지만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화이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새벽은 '먼동이 트기 전 날이 밝을 녘'이라고 나와 있다. 미상불 새벽하면 기다림, 설레임, 희망과 부지런함 등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지혜로운 랍비는 단지 사물을 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 초점을 맞춰 새벽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사실 피를 나누거나 특별한 연고도 없는 사람들을 형제, 자매라고 느끼고 여기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 특히 16강을 견주는 나이지리아와 경기는 하필 새벽에 시작되어 우리 국민들 모두는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친자식 친형제 이상으로 생각해, 잠도 안자고 감싸면서 응원하고 기쁨의 눈물을 함께한 것이다.
필자도 전날 저녁 우리 마을 주변에서 생중계를 하는 대형 스크린 설치 장소를 알아두고 일부러 잠을 청했다. 요행히 눈을 떠보니 나이지리아와 경기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며칠전부터 꼭 이겨야한다는 희망과 부담으로 지금의 순간을 기다렸는데 눈앞에 펼쳐지니 가슴이 두근거리며, 내 다리도 조금씩 후들거렸다.거실에서 서성이며, 마음을 잡아도 붉은 악마들이 있을 어제 그곳으로 가보아야겠다는 조바심이 일어 빨간 셔츠를 차려입고 눈을 비비며 문을 열고 나섰다. 깜깜하려니 했는데 어디선가 처음 듣는 새소리가 또르르 서막을 알려주고 긴밤 지낸야옹이가 우아하게 꼬리를 느린 채 새벽길을 건너고 있었다.
위대한 새벽
드디어 그 새벽이 밝아오며 나이지리아와 무승부를 기록, 대한민국은 원정 첫 16강이라는 새 역사를 쓰기에 이르렀다.
총총 계단에 어느새 내려앉은 조간신문-그 새벽 편지, 다음 어느 새벽엔 8강 나갔다는 기발한 대자보 기대하며 '대~한민국'을 속속들이 외쳐보는 위대한 새벽.
진정 4년만에 다시 열린 월드 컵을 통하여 나는 오래 잃고 있었던 새벽을 다시 찾은 것이다. 아니 발견하였다고 할까. 특히 우리는 새벽에 열린 나이지리아 전을 통해 이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우뚝 존재함을 깨달았고 스포츠를 통하여 나라를 사랑하고 어디서나 목터져라 응원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존재에서 조국과 희망의 소중함을 발견하였다.
내년엔 충북 교육현장도 좋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미래형교육과정으로 초등학교 1~2학년부터 2009 개정교육과정이 실행된다. 비교과활동을 강화하고자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을 근간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이 다각도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오직 낮과 밤, 밤과 낮의 틀 속에서 상투적으로 진행되는 교육이 아니라 종종 새벽을 발견하는 기쁨과 깨우침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새 교단을 일구어낼 우리 젊은 교사들을 응원하며 2010년 6월은 월드컵을 통하여 또 한송이 모란꽃으로 우리들 가슴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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